신들린 듯한 게임 운영으로 한국 대표팀을 결승전까지 이끈 김경문(49.두산) 감독은 고집이 만만치 않은 사령탑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선수시절 2번의 대수술을 받고도 이겨낸 인물답게 의지력이 강한 분이다. 감독이 된 후에도 자기만의 선수단 운영으로 때로는 비난을 사기도 하지만 호성적으로 모든 것을 이겨냈다. 두산에서 젊은 선수들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스타로 탄생하는데에는 김 감독의 고집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런 김경문 감독이 2008베이징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는 고집을 버렸다. 이번 올림픽 대표선발과정에서 잡음이 일었을 때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진다’며 버텼던 김 감독은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고집을 꺾었다. 김 감독은 대표팀이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지난 5일 대표팀 최종선발에서 빠졌던 KIA 우완투수 윤석민을 두산 소속의 임태훈 대타로 전격 선발한 것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자기 새끼’인 임태훈을 전격 제외하는 대신 야구계와 팬들로부터 뽑지 않았다는 반발을 샀던 윤석민을 대표팀에 포함시켰다. 윤석민은 이에 보답하듯 대표팀에서 안정된 투구로 팀의 상승세에 기여했다. 불펜에서 중요할 때마다 호투,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 감독의 전격교체에 화답하며 소원이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김 감독은 윤석민 선발 뿐만아니라 경기 운영에서도 마지막 순간에는 고집을 버리고 냉정한 판단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예선리그 첫 판이었던 강호 미국전서부터 마무리로 등판해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한기주(KIA)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이후 일본전, 대만전에 잇따라 등판시켰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는 교체해 승리를 지켰다. 덕분에 대표팀은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아슬아슬한 드라마’를 연출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반면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부터 한국팀과 신경전을 펼친 호시노 센이치(61) 일본 대표팀 감독은 끝까지 자기 고집을 부리다가 망했다. 선수시절 주니치 에이스로 맹활약하며‘안티 요미우리’로 명성을 날린 뒤 주니치 감독으로 성공시대를 쓴 호시노는 ‘내중심 야구’를 펼치다가 실패했다. 호시노는 주니치 감독시절 자신이 키운 선수들 중심으로 대표팀을 구성, 금메달에 도전했다. 또 주니치 출신들을 경기에도 집중적으로 기용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대표적인 것이 주니치 마무리 이와세(34)이다. 호시노 감독은 예선리그 한국전서 부진한 투구를 보였던 이와세를 준결승전서 또다시 구원등판시켰다가 이승엽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맞는 등 패전을 만들었다. ‘투수는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는 명투수 출신인 호시노 감독이 자신의 지론에 따라 이와세를 결정적인 순간에 다시 기용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분석이다. 한국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일본 언론으로부터 '사사로운 감정으로 게임운용을 하지 말라'는 비판까지 들었지만 호시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한마디로 호시노 감독은 ‘주니치로 흥하고 주니치로 망한’셈이 됐다. 주니치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성공시대를 구가했으나 이번 대표팀에서는 주니치 출신들을 너무 믿고 중용했다가 실패를 한 것이다. 덕분에 한국 대표팀은 2번씩이나 일본을 꺾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과 호시노 감독이 이번 올림픽서 보여준 대조적인 모습은 리더의 본보기라 할만 하다. ‘대의를 위해서는 나를 버려야 한다’는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을 누가 잘 지키는가에 따라 한일 명장의 명암이 엇갈린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