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뚝심'의 국민감독으로 우뚝 서다
OSEN 기자
발행 2008.08.23 22: 22

[OSEN=베이징, 올림픽취재반]'용장(勇將)'이 '명장(名將)'으로 거듭났다. 김경문 대한민국 올림픽 야구 대표팀 감독이 첫 올림픽 금메달을 이끌며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 감독이 이끈 한국은 23일 우커송 제 1구장서 열린 쿠바와의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서 3-2 한 점차 승리를 거두며 값진 '9전 전승 우승'에 성공했다. 풀리그 포함 9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낸 것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서 쿠바가 모든 경기를 승리한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그 주인공은 쿠바나 미국, 일본도 아닌 대한민국이었다. 사실 올림픽 전 한국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한 해외 도박사는 미국-일본-쿠바에 이어 한국의 금메달 가능성을 캐나다와 똑같은 수준으로 보았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했으나 국제 야구계는 한국을 저평가하는 발언이 많았다. 그 와중에서도 김 감독은 꿋꿋했다. 지난 9일 잠실 구장서 펼쳐진 훈련 도중 '메달 가능성이 낮다'라는 해외의 평가를 이야기하자 김 감독은 소탈하게 웃으며 "다행이다. 부담은 없는 일 아닌가. 앞으로 모든 경기서 이기는 경기를 펼치며 금메달을 노려보겠다"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김 감독의 각오는 현실이 되었다. 10일 인천 공항 출국장서도 "한국도 금메달을 따낼 수 있는 팀이다. 지켜보며 응원해 달라"라며 팬들의 응원을 촉구한 그는 모든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국민 감독'의 반열에 올라 섰다. 15일 캐나다 전서는 호투한 선발 류현진(21. 한화)의 구위를 끝까지 믿은 끝에 1-0 신승을 거뒀다. 류현진이 캐나다 전서 완봉승을 거둔 덕분에 한국은 투수진서 상대적 여유를 찾기도 했다. 20일 '유럽의 복병' 네덜란드전서 장원삼(25. 히어로즈)을 끝까지 내보낸 것 또한 똑같은 맥락이었다. 김 감독의 '뚝심'이 가장 빛을 발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22일 일본과의 준결승 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1-2로 뒤지고 있던 7회 볼넷으로 출루한 이대호(26. 롯데)를 대주자 정근우(26. SK)로 교체했다. 김 감독은 대표팀 소집 훈련 도중 "중심 타자들 중 (이)대호의 주루 플레이가 아쉽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대주자를 기용해 경기의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오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김 감독의 이야기는 '쪽집게 도사'의 점궤처럼 맞아 떨어졌다. 이대호를 대신한 정근우는 쿠바 배터리를 흔들며 고영민(24. 두산)의 안타를 유도해낸 뒤 대타 이진영(28. SK)의 동점 적시타에 홈을 밟았다. 그리고 8회서는 이승엽(32. 요미우리)의 우월 결승 투런으로 짜릿한 6-2 역전승을 맛보았다. 올시즌 요미우리서 연일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이승엽에 대해 김 감독은 최종 엔트리 선발에 염두를 두던 와중에도 "(이)승엽이가 필요하다. 비록 현재 부진하다고 해도 승엽이의 경험과 결정력은 분명 대표팀에 커다란 무언가를 가져다 줄 것이다"라고 누누이 밝혀 왔다. 이승엽은 쿠바와의 결승서도 2타점 선제 투런을 작렬하며 김 감독의 '믿음'에 이틀 연속 보답했다. 물론 김 감독의 용병술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믿었던 계투 요원 한기주(21. KIA)가 아마추어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운데로 향하는 실투를 던지다 승패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들기도 한 것은 대표팀에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뚝심'은 야구가 열리는 마지막 올림픽서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과로 나타났다. ▲ 김경문 "생각 못한 꿈을 이루었다". ▲ 신상우 KBO 총재, "한국 야구가 세계를 놀라게 했다". ▲ 모두가 MVP…9전 전승 금메달 원동력(9연승 과정 리뷰). ▲ 日 언론, 부러움 섞인 한국 금메달 보도. ▲ 젊은 한국야구, 국제무대 10년은 문제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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