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구단의 팬이라는 소속감은 23일 잠시 접어두기에 충분했다. KIA의 팬들은 '롯데의 강민호(23)'를 연호했고 롯데 팬들은 이용규(23. KIA)의 쐐기 타점에 모두 자리에서 들썩였다. 그리고 그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울고 웃었다. 23일 한국과 쿠바의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이 3-2 승리로 끝나며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라운드로 나와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 태극기를 흔들며 기쁨을 표시했다. 잠실 구장을 찾은 3만 여 팬들은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며 엄청난 함성으로 대표팀을 응원했다. 공이 대표팀 타자들의 배트에 맞을 때마다 팬들은 푸른색 막대 풍선을 들고 엉덩이를 들썩이는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고 이것이 범타로 이어질 때는 아쉬움의 탄성을 자아내던 관중들은 9회말 1사 만루서 쿠바의 마지막 공격이 6-4-3 병살로 연결되자 환호성을 지르며 그라운드로 뛰어나갔다. 30여분 간 그라운드를 활보하며 금메달의 희열을 만끽한 팬들은 시간이 지나자 커다란 소요 사태 없이 구장을 빠져나갔다. 곳곳에 보였던 쓰레기가 다소 미관을 해치기도 했으나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숙한 시민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팬들의 사랑 속에 선수들의 수준급 플레이가 펼쳐질 때 진정한 야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잠실 구장을 찾은 3만 여 관중들은 올림픽 남자 단체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의 플레이를 전광판을 통해서 만끽하는 동시에 한국인의 자존심을 가슴에 품은,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 farinelli@osen.co.kr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 결승전 한국-쿠바 경기 응원전이 23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야구대표팀이 금메달이 확정되자 시민들이 운동장에서 대형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잠실=윤민호 기자 ymh@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