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제패' 한국 야구, '텃밭을 튼실하게 하자'
OSEN 기자
발행 2008.08.25 07: 59

대한민국 야구는 강했다. 24일 막을 내린 베이징 올림픽서 남자 단체 구기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거머 쥔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이 아깝지 않은 경기력과 투지를 보여주며 낭보를 전했다. 23일 잠실구장서 한국과 쿠바의 결승전을 관전한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단한 쾌거다. 국민들에게 금메달을 선사한 대표 선수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할 예정이다"라며 만면에 웃음을 보였다. 시즌 도중 나라의 부름에 차출되어 본선 풀리그 9전 전승이라는 대단한 성적을 거둔 전사들에 대한 포상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총 60여 개의 불과한 고교 팀을 지닌 한국이 지난 5일 캐나다 에드먼턴서 열린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을 제패한 데 이어 올림픽까지 석권하며 최강 전력을 자랑한 것은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표 선수들에 대한 포상만으로 확실한 야구 발전이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난해 말 프로야구는 8개 팀 구도서 7개 구단의 리그로 축소될 위기를 맞았다. 그 와중서 구단 사장단으로 구성된 KBO 이사회는 구단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 '군 보류 수당 폐지', '연봉 감액 제한 철폐' 등의 안건을 통과시키며 선수들의 근로 의욕을 꺾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야구 유망주들의 프로 입성 의지까지 꺾어 버리는 방안과도 같았다. 눈을 고교 야구로 돌려보면 이는 더욱 심각하다. 2009년 롯데 자이언츠의 유력한 1차 지명자로도 꼽혔던 안태경(부산고)은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와 입단 게약을 체결했다. 최고 유격수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충암고 이학주와 마산 용마고의 외야수 하재훈, 부산고 투수 정수민은 모두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었고 배명고 포수 강인균 또한 미네소타 트윈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언급된 고교 선수들은 모두 2차 지명서 상위 순번이 확실했던 유망주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국내 프로야구가 아닌 전세계 유망주들과 실력을 겨뤄야 하는 메이저리그 팜으로 발길을 돌렸다.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는 동시에 눈물겨운 마이너리그 생활을 먼저 겪어야 하는 미국에 건너가게 된 것이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또다른 메이저리거의 출현이라는 쾌거를 꿈꿀 수 있다. 그러나 유망주 한 명이 마이너리그서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쳬격 조건이 좋은 유럽 선수들에 대한 육성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90년대 보다 장벽이 더욱 높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태경은 지난 8월 중순 텍사스와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 대해 "1차 지명을 받더라도 좋은 조건으로 갈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2차 지명으로 넘어가면 더 조건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제 하에 나온 발언이다. 체육 특기자로 학교 정규 수업과 유리된 채 야구에만 전념해 온 유망주들이 '군 보류 수당'도 받지 못하는 동시에 한 해 부진으로 수 년간 쌓아온 자신의 상품 가치가 고스란히 무너질 수 있는 국내 프로 무대를 꺼려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가뜩이나 좁고 빠듯한 농장에서 좋은 씨앗이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1차 적인 수요자인 한국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게다가 프로 입성 후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필수적으로 받은 채 매년 부진과 부상 없이 뛰어난 활약을 펼쳐야 훗날 안정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어렵고 힘든' 무대라면 발길을 돌릴 유망주 또한 기하급수 적으로 속출할 것이다. 유망주 수급 없이 프로야구가 공멸할 가능성 또한 잠재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올림픽 우승으로 인해 선수들의 소속팀 또한 적지 않은 광고 효과를 누렸다. 올림픽 야구 미디어 가이드에는 선수들의 소속팀 또한 그대로 기재되어 전세계 야구 팬들의 눈에 비춰졌다. '우승 주역'의 활약으로 인해 그의 소속팀까지 이미지 상승 효과를 얻었다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유망주가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어 리그는 물론 세계 대회서 맹위를 떨친다면 프로 야구는 모기업에게 '이득을 가져다주는 사업'이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값진 쾌거로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를 제패한 선수들'이 뛰는 자랑스러운 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한 채 수정과 보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훗날 한국 야구가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제패' 보다 '수성'이 더욱 어렵다는 점을 야구계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 farinelli@osen.co.kr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8전 전승으로 결승에 오른 한국이 23일 아마 최강 쿠바를 3-2로 꺽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걸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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