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돌아본 올림픽 한국야구
OSEN 기자
발행 2008.08.25 09: 47

[OSEN=이상학 객원기자] 김경문 감독이 이끈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이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고 개선했다. 한국야구 사상 첫 금메달이다. 당초 한국은 중위권 정도로 평가받은 것이 사실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쿠바, 일본, 미국이 3강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상식을 뒤엎은 무서운 저력으로 9전 전승 금메달을 완성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야구의 특기할 만한 기록을 되돌아본다. 1점차 및 역전승 한국은 네덜란드전을 제외한 나머지 8경기에서 모두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연출했다. 인기작가에게 드라마를 써라고 해도 이렇게 쓸 수 없었다. 특히 1점차 승부가 무려 5차례나 있었다. 지난 4차례 올림픽에서 1점차 승부는 16차례뿐이었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서만 12차례 1점차 승부가 벌어졌다. 예선 미국, 캐나다, 중국, 대만전에 이어 결승 쿠바전에서 1점차 승리였다. 역전승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올림픽에서 역전승부가 12경기나 있었는데 한국이 그 중 4경기를 승리했다. 더욱 놀라운 건 7회 이후 역전승이 3차례라는 점. 역대 올림픽에서 7회 이후 역전승부가 6차례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국제대회에서 선취점이 중요하다는 아주 확실한 명제도 한국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대타 타율 5할 한국의 대타성공률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대타 성적이 6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 타율이 무려 5할이다. 예선 미국전 대타 정근우의 2루타와 대타 김현수의 진루타 그리고 또 대타 이택근이 밀어쳐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예선 일본전에서도 9회초 대타로 나온 김현수가 중견수 앞으로 타구를 떨어뜨리는 결승타를 작렬시켰다. 중국전 대타 김동주는 잘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불운을 입었다. 준결승 일본전에서는 이진영이 대타로 등장, 동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결승타와 동점타가 한 차례씩 나왔으며 대타로 나간 선수들이 결승득점과 동점득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팀들의 대타성공률은 어떠했을까. 27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11삼진. 대타 타율이 7푼4리밖에 되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은 돗자리를 펴도 크게 성공할 것이다. 희생번트 2회 김경문 감독은 희생번트 사인을 두 번밖에 내지 않았다. 네덜란드(2개)와 함께 최약체 중국(1개) 다음으로 적은 희생번트였다. 김경문 감독은 예선 일본전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9회초 무사 1루에서 선제 투런포를 친 이대호에게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이대호는 육중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초구에 번트를 성공시켰다. 이대호의 희생번트로 2루에 진루한 김동주는 후속타 때 결승득점에 성공했다. 중국전에서 승부치기에 돌입한 11회말 무사 1·2루에서 정근우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고, 상대의 야수 선택으로 만루를 만들어 이승엽의 끝내기 안타로 마무리했다. 그 외에 김경문 감독은 철저하게 타자들에게 맡겼다. 한국의 팀 타율은 2할7푼2리로 대회 전체 2위였으며 경기당 평균 득점은 5.6점으로 미국과 공동 2위였다. 강공으로 밀어붙인 빅볼이 성공했다. 같은 아시아국의 대만은 최다 희생번트(9개)를 기록했고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일본이 다음으로 많은 희생번트(8개)를 댔으나 모두 노메달이었다. 선발 평균 6.6이닝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류현진을 일컬어 ‘올림픽 워크호스’라고 표현했다. 류현진의 스태미너가 워낙 뛰어난 것이 크게 작용했지만 김경문 감독의 심지굳은 마운드 운용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선발투수들이 59⅔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평균 6.63이닝에 달할 정도다. 류현진은 두 차례 모두 9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김광현도 준결승 일본전에서 8회까지 던졌다. 미국전, 대만전에서 4⅓이닝만 던진 봉중근을 제외한 나머지 7경기에서 모두 선발들이 5회 이상 던졌다. 그 중 1차례를 제외하면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투수들을 총동원하는 단기전의 국제대회 속성상 드문 일이라 할 수 있다. 믿을만한 불펜 투수가 많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한국의 선발투수들은 기대이상으로 활약해 김경문 감독의 그 믿음에 보답했다. 미필자 타율 0.324 방어율 1.86 올림픽 금메달 획득으로 야구대표팀에서는 무려 14명의 선수가 무더기로 병역혜택을 받았다. 그들은 병역혜택을 받을만한 이유를 성적으로도 입증했다. 군미필 야수 7명은 도합 성적이 타율 3할2푼4리·5홈런·31타점·33득점·5도루로 활약했다. 장타율(0.447)·출루율(0.378)도 압도적이었다. 반면 군필 야수 7명은 타율 2할7리·3홈런·13타점·17득점에다 장타율(0.274)·출루율(0.294)로 좋지 않았다. 투수진도 마찬가지. 군미필 투수 7명은 6승1세이브 방어율 1.86을 합작했지만, 군필 투수 3명은 1승3세이브 방어율 5.65에 그쳤다. 이른바 ‘군대로이드’의 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제대회는 그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 22명 중 군미필 선수가 14명이었지만 결과는 치욕의 악몽이었다. 결정적으로 ‘합법적 병역브로커’들을 빼놓고는 이번 금메달을 설명할 수 없다. 이승엽은 결정적 홈런 2방으로, 정대현은 환상의 병살 유도로 금메달을 마무리했다. 병역혜택은 어디까지나 선물이요, 덤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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