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가시밭길을 다시 갈 것인가. 올림픽 금메달의 신화가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내년 3월 열리는 WBC 감독직 수용여부가 또 다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WBC 지휘봉은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작성한 김경문 감독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차기 감독은 오로지 김경문 감독의 행보에 따라 결정되게 된다. KBO측은 김 감독에게 이미 지휘 요청을 해놓은 상태. 그러나 김 감독이 "너무 팀에 소홀했다"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구단의 반응과 주변의 여론을 살피기 위한 신중한 태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정말로 팀을 위해 일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엿보인다. 때문에 지휘봉을 고사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되면 어려운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험난한 가시밭길의 연속이다. 김감독이 스스로 밝혔듯 팀에 소홀 할 수 밖에 없다. 김감독은 지난해 11월 가을캠프와 올해 2월 중순부터 스프링캠프에서 빠졌고 본선대회가 열린 8월 한 달을 금메달을 따내느라 팀을 비웠다. 만일 김 감독이 지휘봉을 수락한다면 내년 2월 중순부터 최대 한 달동안 또 다시 팀을 비워야 한다. 준비과정도 힘들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잡음이 나올 수 있다. 선수구성을 둘러싸고 기술위원회와 이견이 있을 수 있고 특정선수 차출을 놓고 타 구단들과 마찰을 빚어질 수 있다.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 밖에 없다. 김 감독으로서는 지난 2년에 이어 3년 째 똑같은 부담을 떠안기는 쉽지 않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에 WBC 대회에서도 성적을 내야 되는 부담감이다. 좋은 성적을 내면 더욱 존재는 빛나겠지만 참패로 끝난다면 명예에 흠집이 날 수 밖에 없다. 금메달 감독의 명예를 유지하는게 한국야구를 위해서 나을 수도 있다. 향후 2010년 아시안게임이나 차기 WBC대회를 노리는 게 훨씬 부담이 적다. 한국을 향한 일본의 복수심도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일본은 상처난 지존심 회복을 위해 특급 메이저리거들까지 가세하는 드림팀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최강의 멤버를 구성해 올림픽에서 한국에 당한 수모를 되갚으려는 강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미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는 참가의지를 밝혔다. 여태껏 올림픽과 WBC에 참가하지 않는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도 합류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과 지난 2006년 WBC 멤버보다 훨씬 화려한 진용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탄한 전력과 복수심이라는 동기의식까지 갖춘 일본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이다. KBO측도 서두르기 보다는 숨고르기기 필요하다. 이제는 치열한 순위경쟁이 벌어지게 된다. 김경문 감독도 위험한 2위자리를 지켜야 된다. 귀국하자마자 SK에게 패해 9연패를 당했다. 4위 롯데와의 3경기차로 좁혀져 힘겨운 경쟁에 예고되고 있다. 이제 대표팀을 생각할 처지가 아니다. 때문에 김 감독에게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저 금메달 분위기에 끌려 본인의 의지에 관계없이 떠맡을 수는 없다. 더욱이 김경문 감독에게 구단과의 재계약 여부는 국가대표팀 감독직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이다. sunny@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