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금까지 어떻게 시즌을 치렀는지도 모르겠어” 한화 김인식 감독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25일간 올림픽 휴식기를 취하고 맞이한 후반기 시작부터 롯데에게 2연패를 당했다. 2경기에서 한화는 무려 18실점을 허용했다. 방어율 8점대(8.00), 이닝당 출루허용률 2점대(2.06), 피안타율 3할대(0.338)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선발투수들은 2경기 연속 5회 이전에 교체될 정도로 불안함을 노출했다. 한 때 5위였던 팀 방어율은 다시 7위(4.56)까지 떨어졌다. 김 감독은 “투수가 너무 없다. 지금까지 이 투수진으로 어떻게 시즌을 치렀는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 감독은 후반기 첫 날 선발투수로 나선 베테랑 정민철에 대해 직접 손으로 가슴 부근으로 가리키며 “공이 전부 여기까지 온다. 높으니까 장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홈런을 맞을 때마다 볼넷으로 거르라는 사인을 냈는데도 높으니까 결국 얻어맞는다. 롯데 타자들이 잘 쳤다기보다 우리 투수들이 너무 못 던졌다”며 지적할 부분에 대해 따끔하게 지적했다. 김 감독은 또 후반기에 불펜으로 기용되고 있는 유원상에 대해 유원상은 “그렇게 많이 던졌으면 이제는 좀 나아질 기미가 보여야하는데 아직 그렇지 않다. 내년에야 잘 던질려나”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김 감독은 “우리팀이 언제 선발이고 불펜이고 있었나. 그때그때 상황 보고 기용하는 것”이라며 답답해 했다. 실제로 한화는 롯데와의 후반기 첫 2경기에서 각각 6명씩 총 12명의 투수를 투입시킬 정도로 갈팡질팡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27일 선발등판한 최고령 투수 송진우를 두고 경기 전 김 감독은 “잘 모르겠다. 직접 던지는 걸 봐야 알지 않겠나”고 말했으나 이날 송진우는 5회를 못 채우고 강판됐다. 승리투수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강판된 것에서 나타나듯 전반적인 투구내용에서 김 감독의 믿음을 사지 못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투타가 모두 안 되네 안 되네”라며 한숨을 쉬어야 했다. 그러나 결국 투수문제는 투수들로 풀어야 하는 법이다. 김 감독도 다 생각해 놓은 승부수가 있다. 먼저 안영명의 선발 기용이다. 지난 2년간 줄곧 불펜투수로만 등판한 안영명은 28일 롯데와의 대전 3연전 마지막 경기 선발투수로 예고됐다. 전반기 막판에는 2경기 연속 1이닝만 던지고 강판된 유원상에 이어 4이닝·4⅓이닝씩 던지고 선발수업을 쌓았다. 김 감독은 “안영명을 선발로 기용한다”며 내심 기대를 나타냈다. 그리고 ‘괴물 에이스’ 류현진이 남아있다. 김 감독은 “류현진의 몸 상태가 괜찮다고 한다. 오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SK전에 선발등판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반기 첫 머리부터 내세운 정민철-송진우의 베테랑 원투펀치는 차례로 무너졌다. 불펜 베테랑 구대성마저도 다소 실망스러운 피칭으로 후반기를 시작했다. 4월초 개막 5연패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과연 젊은 피들이 한화 마운드를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