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 울려퍼질 때는 가슴이 짠했지" 사상 최초의 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쾌거는 시일이 지나도 감독의 마음에 남아 있었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당시의 뿌듯함을 이야기하면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29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덕아웃서 "아직까지도 금메달을 땄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금메달이 확정되고 시상식서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시에 태극기가 올라갈 때는 가슴이 짠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실감은 안 난다"라며 기쁨을 표시했다. 뒤이어 김 감독은 대표팀의 주포 역할을 했던 이승엽(32. 요미우리)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22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서 8회 결승 홈런을 때려낼 때 '마음 고생이 심했는데 참 잘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재차 이승엽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켰다. 당시 구사한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자 "내가 작전이 어디있었나"라며 겸손하게 이야기 한 김 감독은 "국제 대회에 나선 것이라 심리적인 부담이 컸지만 라인업에 거포가 더 필요하다던가 좌투수에 반드시 오른손 대타를 기용해야 한다는 정형화된 틀은 깨고 싶었다. '에라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2004시즌 두산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다른 사령탑과는 다른 전략을 추구해 온 김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서도 그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다. 정확성에 탁월한 장타력까지 겸비한 타자를 3번 타자에 배치한 것이 아닌, 정근우(26. SK), 이택근(28. 히어로즈) 등 작전 구사 능력을 갖춘 타자를 놓을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지난 16일 일본과의 본선 풀리그서 좌투수 이와세 히토키(34. 주니치)에 내세운 대타가 왼손 김현수(20. 두산)였다는 점은 김 감독의 야구 지론을 엿볼 수 있었다. 김현수는 올시즌 좌투수를 상대로도 3할2리 22타점(28일 현재)으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고 확실한 틀을 잡아 놓은 채 타격을 하는 김현수의 방망이는 천금 같은 결승타로 이어졌다. 단순히 통계와 통념에만 의존한 것이 아닌 타격 스타일을 꿰뚫고 약속된 지점서 상대의 허를 찌른 김 감독의 지략이 엿보인 경기였다. 김 감독은 "공,수 양면 요소요소에서 제 몫을 해준 정근우를 비롯해 젊은 선수들이 잘해줬다. 솔직히 일본의 전력이 객관적으로 앞서 있었으나 선수들 간의 탄탄한 팀워크가 빛을 발한 것 같다"라며 자신의 전략보다 선수들 간의 유대감에 더 큰 점수를 주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