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8 프로야구 홈런왕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치열한 팀 순위 다툼만큼 개인기록에서도 요동이 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역시 ‘야구의 꽃’ 홈런이다. 전반기 홈런 1위를 차지한 ‘토종 거포’ 김태균(26·한화)이 ‘외국인 거포’ 카림 가르시아(33·롯데)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가르시아가 후반기 첫 경기에서 김태균이 보는 앞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리자 김태균도 이틀 간격으로 2개의 홈런을 때렸다. 가르시아도 같은 날 또 하나의 아치를 그렸다. 김태균과 가르시아의 홈런왕 경쟁을 집중분석한다. 김태균(96경기·28홈런) - 홈런 비거리 : 117.3m - 홈런 분포도 : 좌월(8개)·좌중월(3개)·중월(13개)·우중월(2개)·우월(2개) - 홈런 유형 : 솔로(15개)·투런(7개)·스리런(5개)·그랜드슬램(1개) - 홈런 구종 : 직구(19개)·슬라이더(6개)·커브(2개)·체인지업(1개) - 홈런 코스 : 몸쪽(8개)·가운데(10개)·바깥쪽(10개) - 투수 유형 : 우완(25개)·좌완(3개)·언더(2개) 올 시즌 홈런 레이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지난 5월31일 청주 LG전에서 한 경기 2홈런으로 홈런 부문 1위에 오른 이후 3개월 넘게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데뷔 후 지난해까지 김태균은 7년간 5.95경기당 하나꼴로 홈런포를 생산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3.43경기당 하나꼴로 홈런을 쏘아올리고 있다. 김태균은 시즌 초부터 줄곧 “홈런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렸다”고 말했다. 전반기에는 옆구리부터 손등과 새끼손가락 그리고 허벅지까지 최악의 몸 상태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4월(7개)·5월(8개)·6월(4개)·7월(7개)·8월(2개) 꾸준하게 아치를 그렸다. 김태균 홈런의 가장 큰 특징은 가운데로 넘어간 타구가 많다는 것이다. 절반에 가까운 13개의 홈런을 가운데 펜스를 넘겨 만들었다. 홈런을 노리지 않고 결대로 쳤을 때 많이 나오는 코스다. 실제로 지난해 김태균은 21개 홈런 중 10개가 좌월로 넘어갔고, 중월은 4개밖에 없었다. 김태균은 “힘이 있기 때문에 크게 스윙하지 않고 실투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13개의 중월 홈런 모두 가운데 몰리거나 높은 코스에 형성된 실투였다. 지난해와 달리 볼카운트 관계없이 실투가 들어오면 방망이가 기다렸다는 듯 시원하게 돌아간다. 정확하게 맞으니 담장 밖 뜬공이 많아졌다. 홈런 유형은 직구가 무려 19개로 압도적이다. 직구는 김태균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홈런을 만들어낸 코스는 다양했다. 몸쪽, 가운데, 바깥쪽을 골고루 공략해 쳤다. 또한 솔로 홈런이 15개로 가장 많아 ‘김솔로’였다. 실제로 김태균은 솔로다. 하지만 15개 솔로 홈런 중 13개가 3점차 이내 접전에서 터진 홈런. 올 시즌 28개 홈런 중 2개를 제외하면, 모두 3점차 이내에서 나왔다. 좌완 투수에게 뽑은 홈런은 3개지만 그만큼 많이 상대하지 못했다. 김태균에게 가장 많은 홈런을 허용한 투수는 KIA 윤석민과 퇴출된 호세 리마로 2개씩 맞았다. 올 시즌 김태균은 무려 26명의 투수를 홈런으로 울렸다. 가르시아(98경기·27홈런) - 홈런 비거리 : 117.0m - 홈런 분포도 : 좌월(5개)·좌중월(1개)·중월(5개)·우중월(4개)·우월(12개) - 홈런 유형 : 솔로(8개)·투런(7개)·스리런(10개)·그랜드슬램(2개) - 홈런 구종 : 직구(15개)·슬라이더(9개)·커브(2개)·체인지업(1개) - 홈런 코스 : 몸쪽(5개)·가운데(16개)·바깥쪽(6개) - 투수 유형 : 우완(17개)·좌완(10개)·언더(1개) 화끈하다. 방망이를 사정없이 부러뜨리는 것처럼 특유의 풀스윙으로 상대 투수들의 사기를 부러뜨리고 있다. 어느덧 27개의 홈런으로 1위 김태균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가르시아를 두고 하는 말이다. 4월(6개)~5월(8개)에만 14방의 홈런을 몰아친 가르시아는 6월 단 2개의 홈런으로 주춤했지만 7월에 또 7방의 홈런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8월 5경기에서는 벌써 3개의 홈런을 쳤다. 올 시즌 가르시아는 한 경기 2홈런 멀티홈런만 2차례나 된다. 정찬헌(3개)·김광현(2개)·정민철(2개)·스코비(2개) 등 투수들도 몇 명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가르시아 홈런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스리런이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스리런 홈런을 쏘아올렸다. 그 중 4개의 스리런 홈런이 승부를 가른 결승 홈런이었다. 과연 ‘미스터 스리런’이다. 게다가 좌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좌완 투수에게 상당한 수의 홈런을 뽑아냈다. 좌완 투수로부터 터뜨린 홈런이 무려 10개나 된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쳐내고 있는 것이다. 홈런 구종 및 코스는 직구와 가운데가 역시 많았다. 하지만 슬라이더도 9개나 공략해 홈런으로 만들었는데 어설프게 가운데로 몰리거나 높이 들어온 것을 여지없이 펜스 너머로 보냈다. 포수가 감기에 걸릴 정도로 방망이를 강풍 모드로 돌리는 가르시아답게 잡아당긴 홈런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2개의 홈런을 우월로 보냈으며 4개의 홈런을 또 우중월로 넘겼다. 하지만 좌측으로 밀어서 넘긴 타구가 5개인데 모두 바깥쪽 높이 형성된 공들이었다. 힘으로 밀어서 넘길 수도 있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가르시아는 결승 홈런이 무려 5개나 된다.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결승 홈런을 터뜨리고 있는 선수가 다름 아닌 가르시아다. 게다가 가르시아가 홈런을 터뜨린 25경기에서 롯데는 19승6패로 무려 7할6푼이라는 놀라운 승률을 거두고 있다. 가르시아의 홈런은 곧 롯데의 승리다. 누가 더 유리한가 후반기 첫 주부터 김태균과 가르시아의 홈런왕 경쟁은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일단 김태균은 전반기 내내 자신의 몸을 괴롭힌 부상으로부터 탈피한 게 기쁘다. 김태균은 “몸 상태는 100%”라고 말했다. 후반기 초에는 경기감각이 떨어져 고전했으나 부진은 잠시였다. 하지만 가르시아도 뒤지지 않는다. 올림픽 휴식기 동안 1군과 2군을 넘나들며 연습경기를 했을 뿐만 아니라 휴식차 찾아갔던 멕시코에서도 전 소속팀에 합류해 훈련을 소화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맹타를 휘두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일단 김태균이 홈런수에서는 1개 앞서있지만 경기수에서는 가르시아의 롯데가 김태균의 한화보다 무려 8경기나 더 많이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균으로서는 부상으로 허비한 전반기 11경기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김태균으로서는 남은 19경기에서 총력을 다해야 한다. 대전·청주구장 등 홈에서 20개의 홈런을 터뜨렸으나 이 가운데 13개가 전구장에서 넘어갈 수 있는 홈런이었다. 나머지 7개 중 5개는 잠실구장을 제외한 나머지 구장에서 모두 넘어갈 타구였다. 관건은 역시 잠실구장. 한화는 잔여 20경기 중 대전(8경기) 다음으로 많은 잠실(6경기) 원정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김태균은 잠실(2개)을 비롯해 대구(3개)·사직(2개)·광주(1개)에서도 홈런포를 날렸다. 다만 잠실 12경기에서 2홈런에 그친 것이 걸린다. 반면, 가르시아는 8경기를 김태균보다 더 많이 치르는 만큼 유리한 입장에 있다. 홈구장 사직구장에서 10개의 홈런을 터뜨렸지만 문학(5개)·잠실(4개)·대전(3개)·목동(2개)·대구(2개)·광주(1개) 등 구장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구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홈런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타격의 집중력도 좋아졌다. 후반기 5경기에서 타율이 5할이며 삼진은 단 하나도 없다. 가르시아는 “최대한 투수들에게 속지 않으려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르시아에게는 견제라는 덫이 남아있다. 후반기 벌써 고의4구를 2개나 얻었는데 뒤를 받치는 6번 강민호가 부진한 탓이다. 견제의 덫에 빠져 인내심을 보이지 못하면 예기치 못한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대조적으로 김태균의 뒤에는 이범호가 있고 그 뒤에 또 홈런 3위 김태완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