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인가 아니면 마무리인가'. 어디가 적합할까. 페넌트레이스 독주를 달리고 있는 SK에도 근심은 존재한다. 그 중 쿠비얀, 레이에 이어 세 번째로 팀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에스테반 얀(33)의 활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SK는 30일 대전 한화전에서 2-7로 완패했다. 그러나 시즌 62승 34패를 기록, 2위 두산(54승 43패)을 8.5경기차로 따돌린 채 선두자리를 굳건하게 지켜내고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 감독은 "던질 투수가 없다"며 김원형을 어쩔 수 없이 선발로 내세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K는 채병룡, 레이번, 김광현, 송은범 등이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지만 여전히 한 자리가 빈다. 김원형, 이승호가 선발진에 간간히 합류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필연적으로 따르는 불펜진의 과부하를 감수해야만 한다. SK로서는 하루 빨리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짓고 싶지만 김성근 감독은 바로 눈앞만 바라보는 성격이 아니다. 그런 만큼 김 감독은 얀이 선발투수 보직을 안정되게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투수진의 개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우선 "얀을 다음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히어로즈와의 3연전에 선발로 투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얀을 영입할 때부터 선발투수로 투입할 것을 고려했기에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얀이 과연 선발 역할을 잘해낼지 현재로서는 의문이다. 얀은 베이징올림픽 휴식기였던 지난 1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 처음으로 선발 출장, 4이닝 동안 6피안타 사사구 2개, 탈삼진 3개를 기록하며 5실점했다. 직구는 최고 151km였고 투심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질을 선보였으나 타자들을 상대할수록 많은 약점을 노출했다. 반대로 얀은 불펜에서 오히려 위력을 발산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국내 첫 등판 무대였던 대구 삼성전에 세 번째 투수로 나와 2⅔이닝 동안 2삼진 2볼넷 1피안타로 무실점했다. 역시 중간투수로 나온 26일과 28일 두산전에서도 각각 ⅔이닝(세이브), ⅓이닝을 소화해 깔끔한 모습이었다. 지난 1996년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얀은 2006년까지 11년 동안 통산 33승 39패, 5.14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발로는 23경기에 나왔을 뿐이었고 51세이브를 거둬 오히려 불펜 투수로 더 알려져 있는 투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 감독도 얀이 선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미련없이 불펜진으로 돌릴 예정이다. 선발로 일단 내보낸다는 계획을 확정한 김 감독도 "만약 얀이 선발로 안된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정대현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 내세울 예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마무리 정대현이 정상 컨디션을 보이고 있지만 부상을 대비하고 체력 안배를 위해 얀을 기용하겠다는 계산이다. 꼭 잡아야 할 경기에서는 상황에 따라 정대현과 나란히 등판시켜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생각이다. 지금으로서는 얀이 계획대로 선발진에 연착륙할 수 있느냐 여부가 한국시리즈 2연패를 목표로 세운 SK에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