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지론, '미래가치'
OSEN 기자
발행 2008.09.01 07: 52

"일단 좋은 재목들을 뽑아 놓는 것이 중요하지"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신인 선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8월 31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덕아웃서 2009 2차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나누었다. 두산은 지난 8월 18일 열린 2차 지명서 1순위(전체 7순위)로 광주일고 유격수 허경민(18)을 지명했다. 허경민은 지난 8월 5일 캐나다 에드먼턴서 막을 내린 청소년 야구 선수권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한국의 2회 연속 우승을 견인한 주역 중 한 명이다. 이외에도 두산은 외야 요원으로 박건우(18. 서울고), 정수빈(18. 유신고) 등 청소년 대표들을 추가했다. "2차 지명서 상대적으로 야수들을 많이 지명한 것 같다"라는 이야기에 김 감독은 "그때 베이징에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것은 모르겠다"라며 한 발 물러서는 듯 했으나 1순위 허경민의 이야기에 "수비가 좋다고 들었다. 그러나 송구 능력이 프로에 걸맞는 지도 지켜봐야 하고 배팅에 힘이 더 붙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곁에 있던 이효봉 KBSN 해설위원 또한 "허경민은 공,수,주 모든 플레이에 군더더기 동작이 없는 선수다. 특히 동년배 유격수들 중에서는 가장 좋은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며 칭찬을 덧붙였다. 그러나 두산은 다음 시즌 상무에서 '골든글러브 유격수' 손시헌(28)이 유격수 자리에 복귀 할 가능성이 큰 팀이다. 그에 대해 김 감독은 "일단 특정 포지션에 유망주가 많아도 만일을 대비해 뽑아놓는 것이 좋다. 좋은 재원을 잘 키워내다가 나중에는 요긴한 트레이드 카드로도 쓸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즉시 전력의 의미가 아닌 유망한 '팀의 재산'의 차원에서 이야기를 꺼냈다. 이는 현재보다 미래를 염두에 둔 김 감독의 지략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많은 유망주들의 경쟁을 통한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동시에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상승까지 노리는 김 감독의 계책이었다. 김 감독의 '유망주론'에는 2004시즌 부임 이후 선수층이 두껍지 못했던 두산을 지탱한 전략이 숨어 있다. 김 감독은 재임 이후 상대적으로 얇았던 선수층의 약점을 트레이드를 통해 타개한 전례가 많았다. 특히 지난 2007년 4월 29일 SK 와이번스와 단행했던 이대수(27)-나주환(24. SK) 트레이드는 유망주와 주전급 선수의 맞교환으로 좋은 예시가 되었다. 2006시즌 이후 손시헌의 군입대로 위기를 맞았던 당시 나주환은 안상준(36), 오재원(24) 등 팀 내 유격수 요원 중 가장 좋은 수비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시즌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전력이 없었고 타격 성적 또한 2할3푼8리(42타수 10안타) 2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었다. 김 감독은 경험과 수비력을 두루 갖춘 유격수를 원했고 때마침 SK 김성근 감독의 눈 밖에 나 있던 이대수가 좋은 트레이드 상대가 되었다. 이대수는 이적하자 마자 2루수 고영민(24)과 함께 좋은 수비 호흡을 보여주는 동시에 2할5푼9리 3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나주환 또한 올시즌 SK의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하며 '윈윈 트레이드'의 한 예를 만들어냈다. 지난 6월 3일 LG 트윈스와의 2-2 트레이드도 빼놓을 수 없다. 우완 이재영(29)을 주고 포수 최승환(30)을 받아 온 두산은 정확한 타격 능력과 빠른 발을 갖췄으나 오재원과 팀 내 역할이 겹치던 신인 김용의(23)를 보내고 정확성은 다소 떨어지는 대신 배팅 파워가 탁월한 이성렬(24)을 영입했다. 다음 시즌 두산의 유격수 자리에 숨겨진 변수가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상무 입대를 1년 미룬 이대수의 군 문제도 남아있고 김재호(23)가 3루로 이동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2군 무대서 2년 동안 뛰어 온 손시헌이 곧바로 1군 무대에 적응할 수 있을 지 여부도 남아 있으며 갑작스런 부상자의 속출도 대비해야 한다. 유격수 허경민을 1순위로 뽑은 것이나 외야수 2명을 추가한 것은 모두 이유가 있는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4시즌 동안 빈약한 선수층을 가지고 포스트 시즌 3회 진출에 성공한 지도자다. 매 시즌 불을 붙여 온 '경쟁 체제' 속에 유망주라도 과감히 트레이드를 할 수 있음을 강조한 김 감독의 발언은 짧았지만 많은 것을 던져 주기에 충분했다. farinelli@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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