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 성수기를 앞두고 화제의 초점은 단연 한국형 블록버스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이준익 감독의 전쟁 멜로 '님은 먼곳에', 차승원 한석규의 액션 '눈에는 눈,이에는 이'로 맞춰졌다. 여기에 역대 세계 최고흥행 2위로 올라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가 준비중이었고 시리즈 개봉 때마다 대박을 기록했던 '미이라 3'까지 방학철 특수를 노렸다. 아무도 저예산 공포영화 '고사'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상황. 이범수는 개봉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영화 흥행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무엇인가. '고사'가 관객 100만명만 넘어선다면 성공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제작비 170억원의 '놈놈놈'이 거액을 쏟아부은 마케팅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스크린 마저 싹쓸이하는 상황 속에서도 "'고사' 촬영 때 최선을 다했다.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여유를 잃지않았다. 그는 이 영화로 데뷔하는 창 감독의 뮤직 비디오 촬영 때 맺었던 친분과 당시의 약속을 지키려고 출연에 선뜻 응했다. 올 초 SBS 드라마 '온에어'의 성공으로 주가를 한창 올리던 시점이어서 특A급 대우를 요구하는 게 당연했지만 출연료는 단 돈(?) 3000만원을 받았다. 주연 배우 출연료를 최대한 아껴야하는 저예산 공포영화 '고사'가 무사히 촬영을 마칠수 있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다. 이범수는 열악한 촬영 환경 속에서 영화에 첫 출연하는 윤정희와 남규리를 비롯해 김범 등 후배 연기자들을 독려하며 자신의 첫 호러물이기도 한 '고사'에 지극 정성을 기울였다. 강행군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뒤 "입에서 단 내가 날 정도로 힘들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 정도. 그 결과, '고사'는 '놈놈놈' 등 대작들과의 여름 극장가 승부에서 실질적인 압승을 거두었다. 8월까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놈놈놈’이 690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작 가운데 최다관객을 기록했다. ‘타짜’의 684만 명의 기록을 깨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 9위에 올랐다. 7월 30일에 개봉한 ‘미이라3’는 403만명, 2주 뒤에 막을 올린 ‘다크나이트’는 초반 ‘미이라3’에 밀리다가 뒤늦게 입소문을 타면서 330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현재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달리며 흥행 진행중이다. ‘미이라3’와 같은 날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눈눈 이이’는 192만 명, 수애가 열연한 ‘님은 먼 곳에’는 179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에 비해 올 여름 유일의 공포영화 ‘고사'의 관객수는 150만 명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지 오래고, 제작비 대비 수익률로는 단연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놈놈놈'의 경우 800만명은 넘어서야 마케팅비를 포함한 제작비를 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3000만원 출연료 이범수가 합계 수십억원 몸값을 챙긴 '놈놈놈'의 이병헌, 송강호, 정우성 트리오를 비롯한 대작들과의 진검 승부에서 활짝 웃은 셈이 아닐까.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