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차하면 내보낼 것이다". SK 김성근 감독(66)이 왼손등이 골절된 포수 박경완(36)을 경기에 내보낼 수도 있다고 깜짝 발언했다. 김 감독은 2일 문학 히어로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박경완 없는 남은 시즌 전략을 묻는 질문에 "여차하면 박경완을 내보낼 것"이라며 "일본 라쿠텐의 노무라 가쓰야 감독은 현역 시절 포수 포지션을 빼앗길까봐 부상 부위에 철판을 대면서까지 경기에 나섰다"고 설명에 나서기도 했다. 또 "경완이가 불면증 덕을 톡톡히 봤다"며 "밤새 얼음찜질을 해서 왼손등의 붓기가 싹 가라앉았더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과연 김 감독은 정말 박경완을 조만간 경기에 투입시킬까. 주위의 반응은 설마다. 김 감독이 아무리 '야신'이며 승부사 기질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무리수는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 선수에게 냉철하지만 뒤로는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 김 감독이 선수생명과 직결되는 부상을 모른 척 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게다가 박경완의 부상 상태도 만만치 않다. 네 번째 손가락과 다섯 번째 손가락 사이의 뼈에 실금이 간 상태다. 박경완은 이날 깁스를 한 왼손을 보여주면서 "오늘도 경기에 나갈 수 있어요"라고 큰소리까지 쳤다. 이에 SK 강성인 트레이닝 코치는 "붓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라 주먹을 제대로 쥐기도 힘들다"며 "지금 만약 경기에 나가서 공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공을 받는 충격 때문에 실금의 균열이 더 커져 결국엔 완전히 골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된다하더라도 열흘 후 있을 병원 검진이 있은 뒤에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감독의 발언에서의 초점은 "내보낼 수 있다"보다 "여차하면"에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이 별로 없을 듯 하다. SK는 박경완 대신 마스크를 쓴 정상호를 투입한 이날 경기를 잡아냈다. 국내에서 첫 선발 마운드에 오른 용병 에스테반 얀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게 하는 등 2실점만 내줬다. 2위 두산과도 여전히 9.5경기차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쥘 확률이 높다. 정상호에게 사인을 내보내 타자를 상대하는 것도 성공적이었다. 이런 김 감독의 말 속에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박경완이 다친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 당시 김 감독은 박경완을 뺄 생각이었다. 13-2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욕심이 앞섰다. 최근 좋지 않은 조웅천을 마운드에 올려 테스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조웅천을 올리려는 생각을 접었다면 박경완도 타석에 들어서지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게다가 김 감독은 당시 경기에 앞서 정상호의 아쉬움에 대해 언급했던 터였다. 31일 경기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KTX에서는 조범현 KIA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전병두 다시 줄테니 이성우를 돌려달라"는 말까지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이런 김 감독의 말을 1위팀의 여유로 해석하기도 한다. SK에게 박경완이라는 포수의 존재가치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골절을 참으면서까지 경기에 내보내야 할만큼 절박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김 감독은 나주환을 경기 중간 교체해 내보냈다. 나주환은 박경완이 다치기 앞서 오른새끼손가락 부상으로 교체됐다. 붓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태로 통증도 그대로 남아 있다. 1루를 던지는 공에 힘이 조금 떨어져 보였을 정도. 결국 박경완의 투입은 두산의 거센 추격으로 1~2경기차까지 쫓아왔을 때가 아니라면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letmeout@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