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승' 김성근 감독, "이 속에 93명이나 있다니"
OSEN 기자
발행 2008.09.03 22: 14

"그동안 지나간 투수들이 여기 있다고 들었다". '1000승 감독'이 됐지만 평소의 온화한 미소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입고 있는 티셔츠 앞가슴을 찬찬히 훑어볼 때는 짧게나마 지난 17시즌 동안의 회상에 잠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흐뭇한 표정이었다. 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SK가 8-0으로 승리하자 모든 시선은 김성근 감독에게 쏠렸다. 전날까지 999승을 거두고 있던 김 감독은 이날 승리로 자신의 감독 생활 통산 1000번째 승리를 안았다. 김응룡 삼성 사장에 이은 프로 통산 두 번째 대기록이었지만 현역 감독으로는 최고의 성적표를 거머쥔 것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경기 후 무엇보다 먼저 말하고 싶어했던 것은 자신 만의 1000승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합작품이라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자신의 1000승 기념 티셔츠를 내려다보며 "1000승을 도운 투수들 93명이 여기 다 있다더라"며 "많은 아이들이 같이 해줬고 애들 덕분이라는 느낌에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스태프들도 내 밑에서 죽도록 고생한 결과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현장에 있는 프로야구 최고령 감독으로서 기쁘다. 앞으로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93명 중 가장 많은 승리를 김 감독에게 안긴 투수는 OB 투수 최일언이었다. 최일언은 1000승 중 68승을 올려 일등공신이 됐고 두 번째는 역시 OB 계형철이었다. 공교롭게도 둘은 모두 SK에서 투수코치와 2군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여전히 SK 유니폼을 입고 있는 김원형도 41승, 이날 승리투수가 돼 16승을 올린 김광현도 포함됐다.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털어놓았다. 그는 "1000승을 하는 동안 가족들을 멀리하고 살아온 것 같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랑 살고 있는 가족들이 불쌍하다"면서도 "대신 내 밑에 수천명의 선수들이 있어주지 않았나"며 다시 활짝 웃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담담해졌다. "오늘도 1승이라 생각했지 1000승은 의식하지 않았다"며 "'일구이무(한 번 떠난 공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를 가슴에 품고 그날을 베스트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나 스스로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며 "항상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고 스스로 다그치고 전진해오며 변화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스스로 대견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SK의 지휘봉을 잡은 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 성격은 맡겨주면 알아서 하는 스타일이다. 간섭하면 비뚤어진다"며 "그런 점에서 SK 구단 사장과 스태프들은 내게 모든 것을 일임했다. 내가 일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성적도 좋은 것이다"고 구단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여기 와서 정말 좋은 선수들을 만났다"며 "내겐 러키(행운)"라고 선수들에 대한 진심어린 감사를 전했다. letmeout@osen.co.kr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히어로즈 경기가 3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졌다. SK 와이번스가 8-0으로 완승을 거두며 김성근 감독이 1,000승 달성을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이 경기종료 후 기념행사에서 1,000승 달성까지 감독직을 맡았던 구단의 승리투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인천=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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