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사이에서는 선생님 호칭이 샌님으로 바뀐지 벌써 오래다. 군사부일체는 옛말이고 스승이 때리는 사랑의 매조차 112 폭력 신고로 처벌받기 십상이다. 당연히 스크린 속 선생님 위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영화란 그때 그때의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 수업시간, 잠시 한 눈을 팔았다가 호랑이 선생님에게 붉은 색 손도장이 찍히도록 뺨을 맞고 교련 담당에게 몽둥이 찜질을 당하는 장면 등은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클래식' 등 검정 교복 시절을 다룬 영화에서나 간간히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요즘 영화에 등장하는 선생님 모습은 말 그대로 10인10색이다. 촌지에 기뻐하거나 치를 떨면서도, 학부모 성화는 물론이고 학생들 눈치까지 보느라 스트레스를 받는다.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했던 학교 재단과의 정면 투쟁에 나서는가 하면, 꽃미남 교생을 놓고 제자와의 사랑 싸움도 불사한다. 그 갖가지 선생님 캐릭터를 유형별로 모았다. 감동, '울학교 이티' 김수로 한동안 뜸했던 지고지순 아래사랑을 실천하는 한 스승의 감동 드라마다. 물론 김수로 주연의 영화답게 포복절도할 코미디 속으로 사제간의 넘치는 사랑을 살포시 옮겨 담았다. 철밥통을 자랑했던 고교 체육교사 천성근(김수로 분)은 국영수 입시 과목 중시 정책의 현 교육계 현실에 밀려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다. 고육지책 끝에 영어교사 변신을 선언한 천성근, 그의 실체는 촌지를 모아 학급 내 불우학생들을 돕고 밤늦게 나홀로 선도활동을 펼쳐 문제아의 탈선을 막는 진짜 스승 캐릭터다. 회개, '선생 김봉두' 차승원 차승원이 연기한 김봉두는 촌지에 죽고 사는 초등학교 교사다. 은근슬쩍 부유층 학부모에게 봉투를 암시하는가 하면 룸살롱 접대에 입이 쫙 벌어지는 말그대로 문제교사의 전형. 그런 그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산골 벽지 학교로 전근가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에피소드가 많은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다. 작은 영화 '선생 김봉두'의 큰 성공으로 차승원은 흥행 배우다운 면모를 과시했고, 갈수록 촌지 문화의 폐해가 심해져가는 우리 교육계에 뼈아픈 일침을 가하는 부수효과까지 얻었다. 대결, '투사부일체' 정준호 고사성어를 패러디해 두목과 스승, 그리고 아버지는 일체라고 외쳤던 코미디 '두사부일체' 시리즈의 2탄이다. 1탄에서는 고등학교로 돌아간 조폭 학생으로서 재단 비리에 맞섰던 정준호가 이번에는 교생 실습을 나갔다가 역시 권력 밀착형 재단의 횡포와 정면 대결을 펼친다. '두사부일체' 시리즈는 학원 코미디 시리즈의 붐을 일으켰을 정도로 흥행에서 재미를 봤고 정준호는 불의에 맞서는 조폭 학생이자 교사(?)를 열연해 톱스타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성애, '연애의 목적' 박해일 신성한 학교 안에서 이만큼 노골적으로 성애를 즐긴 교사들이 또 있을까. '연애의 목적' 박해일은 실습을 나온 미모의 교생 강혜정에게 "한 번만 하자"고 유혹의 직격탄을 수시로 날린다. 학생들이 숨어서 담배 피는 쓰레기장과 인적 드문 기자재실, 수학여행지 모텔의 교사 숙소 등이 전부 그의 성욕을 해결하는 장소로 쓰인다. 응할듯 말듯 고민하다 늘 박해일의 꼬임에 넘어가는 강혜정의 연기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 자유분방한 성문화 현장을 고등학교로, 그 수행자를 교사로 삼았다는 점에서 독특한 색채를 유지했다. 암투, '여선생과 여제자' 염정아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더 이상 애가 아니다. 특히 성장이 빠른 여자애들은 이성에 일찌감치 눈 뜨고 자아를 찾는 시기다. 노련한 여선생이라고 해서 나이만 어린이인 꼬마 숙녀들을 만만히 다루기란 쉽지 않다. '여선생과 여제자'의 노처녀 담임 염정아가 그랬다. 이외에도 공포영화 속 선생님들은 또 어땠는지? 원한 품은 옛 제자의 손 아래 난도질 당하거나 아니면 원혼들의 습격 아래서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등, 영화 속 선생님 군상은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다. mcgwire@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