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림픽 후유증은 없었다. KIA 3년차 마무리투수 한기주(21)에게 베이징 올림픽은 기쁨보다 차라리 악몽에 가까웠다. 한국야구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역사의 현장에서 병역혜택이라는 선물까지 받았지만 적어도 한기주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24명의 선수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의 믿음아래 마무리로 올림픽을 시작한 한기주는 그러나 첫 경기 예선 미국전에서 피홈런 1개 포함 피안타 3개를 맞고 3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예선 일본전에서도 2피안타 1실점으로 무너졌다. 이때까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해 방어율은 무한대였다. 대만전에서 1승을 올렸지만, 동점을 허용하는 등 2⅓이닝 2피안타 2볼넷 3실점으로 내용은 좋지 않았다. 대회 성적은 1승 방어율 19.31. 다행히 한국의 사상 첫 금메달 획득이라는 헤피엔딩으로 올림픽이 끝나 한기주에 대한 비난의 화살도 줄었지만 여전히 대회 기간 한기주의 기용은 적잖은 논란으로 남아있었다. 무엇보다 한기주가 올림픽 후유증으로 자신감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KIA 조범현 감독은 “값진 경험을 통해 보다 나아진 피칭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걱정없이 잘해줄 것이다”며 변함없는 믿음을 표했고 한기주도 믿음에 보답하기 시작했다. 한기주는 올림픽을 마치고 시작된 후반기에서 4경기에 구원등판해 3이닝을 던져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위력을 되찾았다. 4경기에서 세이브도 3개나 추가했다. 트레이드마크인 150km에 육박하는 공으로 타자들을 변함없이 윽박지르고 있다.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에서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9회말에 등판, 1이닝을 깔끔하게 막고 시즌 24세이브째를 따냈다. 방어율은 1.59까지 떨어뜨렸다. 풀타임 마무리 중 가장 낮은 방어율이다. 한기주는 “올림픽에서의 부진으로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줬는데 걱정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다. 이제 심리적인 부분을 완전히 극복했다. 팀이 이기는 경기를 지킬 수 있도록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려된 올림픽 후유증을 잠재운 한기주는 지난해 기록한 25세이브에 1개 차이로 다가섰다. 페이스를 조금만 더 끌어올리면 지난 1998년 34세이브를 기록한 임창용 이후 타이거즈에서는 10년만의 30세이브도 가능하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 봐도 한기주는 동점 및 역전 주자를 둔 상태에서 등판해 막은 터프세이브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8개이며 1점차 세이브도 7개나 된다. 블론세이브는 단 2개. 한기주는 충분히 강한 마무리투수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