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이상학 객원기자] 홈런 역사의 교체도 머지 않았다. 삼성의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39)이 대망의 340홈런 고지까지 딱 하나를 남겨두게 됐다. 양준혁은 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서 6회말 2사 2루에서 이범석의 슬라이더를 통타해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125m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시즌 8호이자 통산 339호 홈런. 장종훈 한화 타격코치가 갖고 있는 국내 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 340개에 1개 차이로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후반기 8경기에서 31타수 12안타로 타율 3할8푼7리의 고감도 방망이를 과시한 양준혁은 이날 경기에서도 변함없이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했다. 채태인이 전날 슬라이딩 과정에서 접질린 왼손 중지 인대가 손상되는 바람에 시즌 아웃된 가운데 박석민마저 양손 엄지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상황이었다. 베테랑 양준혁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하지만 후배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며 베테랑의 진가를 발휘했다. 1회 무사 1·2루 첫 타석에서 양준혁은 초구에 3루수 앞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벤치의 작전을 깔끔하게 수행했다. 이어 3회 우중간 안타를 터뜨리더니 4회에도 중전 안타를 날렸다. 후반기 들어 5번째 한 경기 2안타 멀티히트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6회말 KIA가 꺼낸 회심의 카드 이범석으로부터 역전 투런 홈런을 뽑아내며 339호 홈런을 마크했다. 2-3 풀카운트에서 이범석의 140km 고속 슬라이더였지만 방망이가 세차게 돌았다. 타구는 가운데 펜스를 넘어갔다. 비거리 125m 역전 투런 홈런이었다. 지난해 프로야구 사상 첫 2000안타라는 대망의 기록을 달성한 양준혁은 안타(2186개)를 비롯해 타점(1319개)·득점(1232개)·2루타(434개)·루타(3687개)·볼넷(1179개) 등 대다수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이제 홈런이라는 기록이 새로 아로새겨지는 것이다. 올 시즌 전에만 하더라도 팀 동료 심정수와 함께 최다 최다홈런을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심정수의 부상에 따른 시즌 아웃과 함께 양준혁이 기록을 먼저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타격과 관련된 모든 기록에서 양준혁의 이름이 맨 먼저 오르게 된 것이다. 양준혁은 “홈런 신기록은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 물론 당연히 기록을 반드시 달성하고 싶지만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겸허하게 말했다. 이제 남은 잔여경기는 18경기. 2개만 더 추가하면 홈런 기록도 양준혁의 것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