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추신수, 다람쥐 대소동
OSEN 기자
발행 2008.09.05 05: 13

[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화끈한 타격 실력으로 지역팬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추신수(26.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이번에는 경기장에 출입한 '침입자'로 인해 화제의 대상이 됐다. 지난 4일(한국시간)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9회초. 중간계투 라파엘 베탄코트가 첫 두 타자를 잡자 에릭 웨지 감독은 신인 좌완 리치 런들스를 투입했다. 왼손 강타자인 짐 토미와 맞붙이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런들스가 워밍업을 하는 동안 외야 잔디에 난데없는 다람쥐 한 마리가 출현했다. 잔디밭을 휘저으며 뛰어노는 통에 경기가 잠시 지연됐다. 그러자 우익수 포지션에 나가 있던 추신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기 속개를 위해 다람쥐를 내쫓기 시작했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전력질주로 다람쥐를 항해 다가갔지만 야구장을 '안방'으로 여긴 다람쥐는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중견수 그래디 사이즈모어까지 합세해 '다람쥐 쫓기' 경주가 시작되자 경기장을 찾은 2만여 관중은 일제히 환호를 울리며 다람쥐를 응원했다. 빠른 발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두 외야수를 간단히 제친 다람쥐는 우측 파울 선상을 따라 1루수 라이언 가코 앞을 지난 뒤 홈플레이트 뒤쪽까지 진출했다. 그러자 포수 뒷편 지정석에 앉은 몇몇 관중은 팝콘을 던져주며 다람쥐를 격려했다. 팝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방향을 돌린 다람쥐는 이번에는 마운드로 올라갔다. 빅리그 데뷔전에 들떠 있던 런들스를 한 번 흘끔 쳐다보고는 좌측 외야로 내달렸다. 결국 그라운드 관리인들이 출동했고, 이들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다람쥐를 좌측 파울라인 바깥으로 유도한 뒤 출입구로 빼돌리는 데 성공했다. 경기는 곧바로 속개됐지만 긴장의 끈이 풀린 런들스는 토미에게 연속 볼 4개를 던진 후 마운드를 떠났다. 다람쥐 출몰 사태는 오하이오 지역 언론 최고의 기사감이었다. 웨지 감독은 인터뷰에서 "그 긴박한 순간에 다람쥐가 나타나 런들스를 방해할 줄은 몰랐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1루수 가코는 "오늘 경기가 끝나면 추신수는 TV에서 꽤 조명을 받을 것 같다. 다람쥐를 잡기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이 정말 코믹했다"고 웃었다. 마이너리그에서만 10년을 보내고 감격의 빅리그 등판을 이뤘지만 다람쥐의 훼방을 받은 런들스는 "오늘 경기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선 데다, 다람쥐까지 출몰했으니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workhorse@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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