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하순 무거운 표정으로 한숨을 짓던 투수답지 않았다. 어깨 부상을 훌훌 털고 돌아 온 이승학(29. 두산 베어스)이 또다시 호투를 선보이며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승학은 4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며 9피안타 4실점한 뒤 마운드를 좌완 이혜천(29)에게 넘겨주었다. 기록 상으로 봤을 때 호투로 분류하기 어려웠으나 7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았다는 점은 선발 투수의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에 충분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이승학은 1회초부터 추승우(29), 윤재국(33)에게 각각 우익선상 3루타, 2루타를 얻어맞으며 선제점을 내준 뒤 상대 주포 김태균(26)에게도 적시타를 허용, 0-2로 경기를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 내내 뒤로 젖혀진 듯한 투구폼이 보였던 것 또한 아쉬웠다. 그러나 이승학은 2회부터 7회까지 집중타를 맞지 않는 노련한 투구로 한화 타선을 요리해 나갔다. 좋은 타격감을 과시한 김태균을 제압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으나 192cm의 큰 키를 바탕으로 한 높은 릴리스 포인트는 다른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며 7회까지 추가 실점하지 않는 호투의 원동력이 되었다. 김경문 감독은 연장 10회 이대수(27)의 끝내기 안타로 승리를 거둔 뒤 "지난 3일 연장 18회까지 가는 바람에 준비된 투수들이 없었는 데 (이)승학이가 잘 던져줬다"라며 이승학의 호투를 칭찬했다. 비록 그는 8회 김태완(25)을 고의사구로 걸러보낸 뒤 덕 클락에게 타점을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많은 이닝을 소화해낸 모습은 분명 칭찬할 만 했다. 스프링캠프서 많은 공을 던지며 한계 투구수를 늘렸던 것이 그 비결이었다. 올시즌 4승 4패 방어율 5.08(5일 현재)을 기록 중인 이승학은 시즌 개막 전 김명제(21)와 함께 스프링캠프서 가장 많은 공을 던졌던 투수 중 한 명이다. 스프링캠프 동안 2300개 가량의 공을 던지며 한계 투구수를 점점 늘려나간 이승학은 당초 선발진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지난 5월 갑작스런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전반기를 일찍 끝마쳤다. 2군서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승학은 시즌 종반을 달려가는 현재 김선우(31)와 함께 팀 내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발 투수 중 한 명이다. 특히 전반기 팀의 에이스 노릇을 했던 김명제가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2군에 내려가 있다는 점, 저스틴 레이어(31)의 중도 퇴출 이후 외국인 투수의 추가 영입이 없었던 만큼 현재 이승학을 바라보는 팀의 기대치는 전반기에 비해 더욱 커졌다. 이승학은 복귀 후 "그동안 어깨 쪽에 부상이 없었기에 통증 이후 불안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프지 않아 기분이 좋다. 전반기서 팀에 공헌하지 못한 만큼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남은 시즌에 대한 각오를 불태운 바 있다. 그리고 이승학은 4일 경기서 자신의 1경기 최다 투구 이닝을 기록,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노력하는 사람이 밝은 빛을 보는 것이 세상의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비시즌과 재활 과정서 구슬땀을 흘리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승학은 후반기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서서히 입증시키고 있다. farinelli@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