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SK, 조금씩 한국시리즈 모드 전환 중
OSEN 기자
발행 2008.09.06 12: 30

'이제 한국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경기를 할 때다'. 사실상 페넌트레이스 1위를 확정지어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한 SK가 조금씩 진지해지고 있다. SK는 5일 잠실 LG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1회 터진 김강민의 3루타와 정상호의 적시타로 4-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SK 김성근 감독은 4강 구도에 대해 "한화가 주춤한게 예상 외"라면서 2위는 어떤 팀이 올라오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올해는 모든 팀 실력이 비슷한 만큼 어떤 팀이 올라와도 상관없다. 그 때 컨디션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만 해도 "롯데 때문에 80승은 해야 1위를 하겠다"고 엄살을 부리던 김 감독이지만 이날 승리로 67승 34패를 기록, 2위 두산과의 승차도 '10.5'까지 벌어지자 한국시리즈 직행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모습이다. 김 감독은 "0-2로 지고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으면 8, 9회에 뭔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면서 "9회말 톱타자부터 정대현을 썼어야 하는데 그 잘못 하나가 연장까지 가는 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이날 SK는 선발 송은범이 2실점으로 잘 버텼지만 5이닝도 채우기 전에 내려갔고 정우람-윤길현-조웅천-이승호로 한박자 빠른 투수 교체 타이이밍을 가져갔다. 재미있는 것은 정우람, 윤길현의 경우는 주자가 있는 상황을 접하게 했다. 좌완 투수 정우람은 2사 3루에서 좌타자 이대형을 상대로 삼진을 돌려세웠다. 6회 정우람이 2사 1, 3루 위기를 맞자 윤길현을 올려 조인성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한국시리즈 위기상황에서 나가야 하는 핵심 불펜인 만큼 편안한 1이닝 막이 기회는 주지 않고 있다. 조웅천은 7회 1사 주자없는 가운데 등판했다. 이는 조웅천의 컨디션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고 판단, 최대한 타자를 적게 상대하면서 페이스를 조절시키려는 김 감독의 의도다. 조웅천은 시즌 방어율이 2.66이지만 지난 7월 한달 방어율은 6.52에 이를 정도로 좋지 않았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달 27일 문학 두산전에서도 1이닝 동안 1실점했다. 이에 김 감독은 "조웅천이 살아나야 하는데 걱정"이라며 휴식과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패턴으로 가겠다고 설명했다. 선수단도 한국시리즈를 머리 뿐 아니라 실전에서도 그려나가고 있다. 단순히 인터뷰를 통해서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외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31일 대전 한화전에서 승리했을 때부터 지난 4일 문학 히어로즈전에서 5-1로 이겼을 때까지 선수단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차분해졌다. 김성근 감독이 1000승을 달성한 3일 히어로즈전도 그랬지만 선수들은 경기 후 차분하게 자신의 물건을 챙겼다. 평소처럼 가끔씩 농담 섞인 대화가 오가곤 한다. 하지만 예전의 떠들썩함은 사그라들었다. 지난달 31일 통산 1500안타와 100도루를 동시에 돌파한 김재현은 "지금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있을 한국시리즈에 대비해 짧게 맞추는 연습을 하고 있다"며 "내가 기습번트를 대는 것도 한국시리즈에 대한 시험이다. 도루는 앤드 런 사인 때문에 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5일 경기에서 연타석 3루타를 기록한 김강민은 "어떻게 하든 스코어링 포지션에 가야 뒷타자 정상호가 편하게 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실투가 많은 슬라이더를 노렸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SK 선수들은 남은 경기를 페넌트레이스 1위 혹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확정짓기 위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실전이라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 선수들에게 맡겨 많이 나오지 않던 사인도 최근 들어 요소요소마다 보이고 있다. 포수 박경완이 4주 진단을 받아 충격이 있으리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경기를 더할수록 정상호의 공격과 수비가 안정을 찾고 있다. 공격에서는 꼬박꼬박 안타와 타점을 챙기고 있고 사인도 벤치의 도움을 받는 만큼 박경완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고 있다. 박경완은 왼손 반깁스 상태에도 불구하고 캠프 못지 않은 체력 훈련을 소화하며 한국시리즈에 대비하고 있다. 5일 경기를 앞두고는 100개가 넘는 배팅볼을 던져 어깨를 단련시켰다. 정상호의 성장과 더불어 한국시리즈를 대비한 박경완의 휴식 및 훈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김 감독은 "정상호가 지금까지는 생각보다 잘해주고 있다"면서 "상대가 정상호에 대해 연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만큼 정상호는 더 세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가 빨리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고 하더라도 우승을 위해 뛰는 선수들의 준비 자세는 별반 달라질 것 같지 않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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