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제용 좌완'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혜천(29. 두산 베어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혜천은 6일 목동 구장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7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5승(4패)째를 거두는 동시에 5.40에 달했던 방어율을 4.97까지 끌어내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7km에 달했으며 130km대 중후반에 이른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움직임 또한 탁월했다. 이혜천은 경기 후 "동료들에게 오랜만에 힘을 보태는 피칭을 펼쳐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던지고 싶다"라며 승리의 소감을 밝힌 뒤 "코너워크도 그렇고 이날 경기서는 바깥쪽 제구가 잘 되었다. 투구 패턴이나 투구폼을 약간 바꿔봤는데 잘 먹혀들어간 것 같다"라며 경기를 자평했다. 특히 이혜천의 체인지업은 최고 139km에 달할 정도로 빠른 움직임을 선보였다. 스리 쿼터형 투구폼서 공의 회전을 옆으로 가한 이혜천의 체인지업은 홈플레이트 근처서 빠르게 가라앉으며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지난 4일 한화전서 보여 준 체인지업의 움직임과 거의 유사했다. 체인지업에 대해 묻자 이혜천은 "투심을 던진 것이다.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 때는 투심과 슬라이더를 던진 뒤 결정구는 직구로 삼았다"라며 투구 내용을 이야기했다. 팔의 스윙을 옆으로 돌리는 동시에 손목에서 다시 한 번 회전을 가한 이혜천의 투심이 특이한 궤적을 선보이며 체인지업의 움직임을 보여 준 것이다. 회전력을 옆으로 가한 그의 투심은 '양날의 칼'과도 같다. 팔 각도가 다소 내려 간 상태서 릴리스포인트 시 공을 옆으로 잡아챈다면 그만큼 장타 허용률은 높아진다. 배트의 스윙 궤적과 공의 회전이 서로 맞아 떨어질 경우 반발력을 일으키면서 타구의 비거리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혜천의 팀 동료인 김선우(31)는 전반기 부진했던 데 대해 "손목이 수직 회전축과 큰 각도를 형성하면서 회전력이 옆으로 가해졌다. 이 때문에 장타 허용이 많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우완 정통파 김선우에게 횡으로 가하는 공의 회전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스리쿼터형 좌완인 이혜천에게는 더 좋은 무기가 되었다. 쉽게 볼 수 없는 투구폼과 탁월한 완력을 갖춘 이혜천은 공을 놓는 순간 한 번 더 회전을 가했다. 이는 홈플레이트 근처까지 직구처럼 날아오다 슬라이더와 포크볼 중간 각도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 성 투심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혜천은 선발 및 중간 등 여러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좌완으로 팀 내 효용 가치가 엄청난 투수다. 아무나 구사할 수 없는 특이한 구질로 위력을 되찾기 시작한 이혜천이 두산을 가을 잔치로 이끌 수 있을 지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