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일본을 거치지 않은 투수들은 한국에서 어려운 것인가. KIA 외국인 투수 케인 토마스 데이비스(33)는 지난 5일 광주 롯데전에서 무려 5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롯데 주자들에게 유린당했다. 올 시즌 이제 8경기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벌써 19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그 사이 도루저지는 단 1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도루저지율이 5푼이다. 포수의 송구능력을 탓하기에는 데이비스의 투구 폼이 너무 크고 주자에게 매번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긴 탓이었다. 데이비스는 올 시즌 2개 이상 도루를 허용한 경기가 5차례나 된다. 삼성의 새 외국인 투수 존 에니스(29)도 상황이 비슷하다. 에니스는 지난달 28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3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퀵 모션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말았다. 히어로즈는 올 시즌 도루가 겨우 69개로 삼성 다음으로 적은 느림보 군단이었다. 이어 지난 3일 대구 KIA전에서도 에니스는 2개의 도루를 허용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제 겨우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5개의 도루를 허용해 투구만큼 주자견제에도 신경을 써야 할 판이다. 데이비스와 에니스의 공통점은 주로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한 투수들이라는 점. 데이비스는 마이너리그에서만 무려 15년을 보낸 투수로 빅리그에서도 5시즌간 107경기에 등판했다. 에니스도 마이너리그에서 11년을 보낼 정도로 잔뼈가 굵다. 두 선수 모두 해외리그는 올해 한국이 처음. 지난해 SK와 두산에서 시작된 발야구 바람으로 주자견제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에서 갓 들어온 외국인 투수들이 적응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미국에서만 뛴 외국인 투수들은 확실히 주자를 묶어두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역설했다. 선 감독은 “마이너리그 투수들은 주자견제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다수가 팀 성적을 떠나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주자를 견제할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이런 점이 국내에서는 큰 약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 감독은 일본프로야구 출신 투수를 선호한다. “일본에 다녀온 투수들은 아무래도 주자견제 능력을 가다듬고 오기 때문에 더 낫다”는 것이 선 감독의 말이다. 실제로 일본프로야구 출신인 크리스 옥스프링(LG)은 9개의 도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도루저지는 12개나 된다. 포수의 송구능력도 무시할 수 없지만 확실하게 주자를 묶어두는데 남다른 능력이 있다. 역시 일본프로야구 출신으로 한국에서 4년째를 보내고 있는 맷 랜들(두산) 역시 13개의 도루를 허용했지만 7개의 도루저지를 또 기록했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출신 외국인 투수들의 도루저지율은 3할8푼2리나 되는 반면 일본을 거치지 않고 미국에서 온 외국인 투수들의 도루저지율은 겨우 2할4푼4리밖에 되지 않는다. 시즌 전체 성적에서도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다. 미국 출신 외국인 투수 10명은 도합 14승37패2세이브 방어율 5.23으로 부진했다. 대조적으로 일본을 거친 외국인 투수 10명은 도합 35승41패33세이브 방어율 4.38을 기록했다. 감독들이 일본프로야구 출신 외국인 투수를 선호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데이비스=KIA 타이거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