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욱-마정길, 올 시즌 최고의 마당쇠
OSEN 기자
발행 2008.09.07 12: 50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삼성의 시즌 17차전. 양 팀 선발투수들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된 가운데 불펜투수들이 줄줄이 투입됐다. 4강의 마지막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만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당연히 양 팀 마당쇠들도 빠질 수 없었다. 삼성에서는 정현욱(30), 한화에서는 마정길(29)이 언제나 그렇듯 마운드에 올랐다. 선발 이상목과 안지만·전병호에 이어 4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한 정현욱은 이날 삼성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다.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8회 1사까지 잡은 후 마무리 오승환에게 공을 넘기기 전까지 던지고 또 던졌다. 3⅓이닝. 그런데 그만큼 던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투구내용이 매우 좋았다.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40km 중후반대 직구와 낙차 큰 커브로 한화 타자들을 셧아웃시켰다. 이날 정현욱은 승리투수가 됐다. 올 시즌 성적은 46경기 9승4패7홀드 방어율 3.42. 삼성 팀 내 최다승 투수가 정현욱이다. 중간계투임에도 불구하고 규정이닝을 채우며 당당히 이 부문 전체 10위에 올라있다. 선발로도 7차례나 등판해 35⅓이닝을 던졌지만 이를 제외해도 순수 중간계투로만 77⅔이닝을 소화했다. 선동렬 감독이 공개적으로 “올 시즌 고과 1위는 정현욱”이라고 말할 정도다. 한화의 마당쇠 마정길도 이날 경기에서 선발 정민철과 박정진에 이어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했다. 5회 1사부터 마운드에 오른 마정길은 7회까지 완벽하게 틀어막은 뒤 8회 구대성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2⅔이닝 무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의 퍼펙트 피칭이었다. 최고구속이 138km까지 나오는 등 잠수함 투수로는 비교적 위력적인 구위와 체인지업으로 적절히 잘 맞혀잡았다. 패전처리로 올 시즌을 시작한 마정길은 순수 구원투수로 53경기에 등판, 73이닝을 던졌다. 시즌 중반부터 승리계투조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동점이나 근소하게 뒤지고 있는 애매한 상황에서는 1순위로 곧장 등판한다. 홀드와 같은 기록을 쌓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뛰어난 피칭으로 만회하고 있다. 1승1패2세이브4홀드 방어율 3.58을 기록하고 있다. 정현욱과 마정길은 지난해 나란히 군복무를 마치고 시즌 중 복귀했다. 둘 모두 지난해 나란히 11경기에 나와 1패씩 기록했다. 그리고 겨우내 충실한 훈련을 소화하며 올 시즌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선동렬 감독은 정현욱에 대해 “만약 더블헤더가 열린다면 2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질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보내고 있다. 한화 김인식 감독도 드러내고 표현은 하지 않지만 잦은 등판에서 마정길에 대한 신뢰를 읽을 수 있다. 정현욱은 고과 1위라는 말에 웃음을 지으면서도 “그건 나중 이야기다. 4강에 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마정길도 “이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당쇠 투수들에게 내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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