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석 명절이면 영화사들의 배급 전쟁이 펼쳐진다. 설날과 함께 극장가 최고 대목으로 손꼽히는 추석 연휴을 노리는 영화들이 수없이 쏟아지면서 저마다 스크린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예년의 경우 차려진 가짓수는 많지만 막상 볼만한 영화를 고르기 힘든게 명절 극장가 풍경이었다. 주요 배급사들은 회사 체면을 위해서라도 영화 한 두개를 내걸었고, 군소 제작사들은 명절 대박을 노려 그때그때 시류를 따르는 유행작 만들기에 바빴기 때문. 이번 추석 극장가의 메뉴는 의외로 단촐하다. 추석이 일요일과 겹치는 바람에 연휴 기간이 3일로 짧아진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봉편수 자체가 크게 줄었다. 심지어 영화계 전반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CJ와 함께 국내 영화배급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수있는 쇼박스가 올 추석 배급을 개점휴업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가짓수가 줄어든 만큼, 추석 극장가의 상차림도 빈약해졌을까. 오히려 질적으로는 최근 수년동안 가장 뛰어나고 볼거리도 풍성해졌다는 게 충무로의 시각이다. 함량 미달의 영화들은 아예 제작비 마련을 못해 크랭크인조차 못하는 상황이고, 대작들은 외형보다 내실에 공을 들였다. 올 추석 개봉영화의 특징은 확실한 선두 주자없이 장르별 4강체제를 굳힌 점이다. 명절가의 필수 아이탬인 코미디 장르에서는 김수로 주연의 학원코미디 '울학교 이티'가 시사회 이후 빠르게 퍼진 입소문을 발판 삼아 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정재영 주연의 '신기전'은 대작 사극으로 명절 분위기를 돋운다. 100억원 이상의 순 제작비를 투입한 이 영화는 세종대왕의 비밀병기를 둘러싼 대규모 전생신 등을 담고 있다. 소지섭 강지환의 '영화는 영화다'는 10억원 안팎의 적은 제작비를 들인 영화임에도 '추격자' 스타일의 강렬한 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시나리오로 액션 장르를 대표한다. 여기에 한편 더, 아바의 히트곡들을 망라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감동 드라마에 로맨틱 코미디류의 달콤함까지 더해 외화 관객을 유혹하고 있다. 스크린 독점 시비없이, 나란히 출발선상에 선 추석 겨냥 '4인4색' 영화들이 저마다의 장점을 앞세워 명절 흥행을 노리고 있는 초가을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