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성', 까칠한 신데렐라가 떴다
OSEN 기자
발행 2008.09.08 08: 08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게임송 신데렐라에는 결말이 없다. 그러나 동화속 신데렐라는 백마탄 왕자 만나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드러내놓고 '신데렐라 스토리'를 강조하는 드라마가 9월 첫 주말 상큼한 스타트를 끊었다. SBS 새 주말극 '유리의 성'이다. 6일 16%대로 출발하더니 7일에는 21.6(AGB닐슨 조사)까지 치솟았다. TV 드라마 속, 신데렐라 불패의 대박 공식을 확인한 셈이다. '유리의 성'표 신데렐라의 이미지는 지금까지와 상당히 다르다. 양쪽 집안은 으레 그렇듯 소박한 서민층과 대한민국 최상류 재벌가로 구분했지만 신데렐라는 까칠한 전문직 여성으로 재포장했다. 순수하고 다소 엉뚱한 왕자 역할의 김준성(이진욱 분). '나한테 사인 받으려면 줄서라' 며 백마 탄 왕자에게 '파티'에서 포도주를 쏟아붓는 과격 신데렐라 정민주(윤소이 분)의 구성이다. 여기에 방송국 선배로 신데렐라와 왕자의 러브라인을 계속 꼬아줄 멋진 훼방꾼(?) 박석진(김승수 분)과 정민주를 괴롭히는 계모 역할의 여자 선배 이주희(윤아정 분)이 포진했다. '유리의 성' 신데렐라의 강점은 자생력 강한 방송국 아나운서라는 캐릭터 변화다. 요즘 지상파 TV의 아나운서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취업 준비생들은 잘안다. 낙타로 바늘구멍을 뚫고, 코끼리를 냉장고에 접어넣는 실력을 갖춘 다음에 운을 따져야 할 정도다. 결국 '유리의 성' 신데렐라는 방송 초반 왕자 의존의 일확천금을 꿈꾸는 게 아니라 앵커 목표의 열정을 보이고 있다. 쌍팔년도식 콩쥐팥쥐나 신데렐라 스토리에 눈물 펑펑 흘리고 짜증 연발해야 하는 걸 꺼려하는 20, 30대 시청자도 채널을 고정할만한 배경이다. 신데렐라를 젊은층이 선망하는 방송국 아나운서로 포장시켜 전문직 드라마의 향도 풍기고 관심 폭을 넓히려는 제작사 의도가 제대로 성공한 셈. 사실 앵커가 되고픈 신데렐라 외에, '재벌 후계자 = 왕자님'의 진부한 공식과 얽히고 설킨 신데렐라의 복잡한 집안 사정 등 나머시 설정에는 변한게 거의 없다. 또 하나, 제목은 1970년대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이 드라마의 설정에서 묘한 흥미를 자극하는 대목이 있다. 얼마전 인기 절정에서 재벌가 후계자와 결혼하며 방송가를 떠난 노현정 아나운서의 케이스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재벌가와 인기 아나운서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신데렐라 공식에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궁금하다. mcgwr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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