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과연 '슈퍼맨 리턴'은 가능할까. 한화 외국인 타자 덕 클락(32)의 부진이 너무 오래가고 있다. 클락은 7월부터 38경기에서 141타수 18안타로 타율 1할2푼8리·2홈런·13타점·13득점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어느덧 시즌 타율은 2할4푼8리까지 떨어졌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클락보다 타율이 떨어지는 선수는 같은 팀 김민재(0.242)가 유일하다. 클락의 부진과 한화도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클락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시선에도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있다. 부상 때문에 7월부터 이어진 클락의 긴 부진은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정상 컨디션이라면, 이렇게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상이 가장 큰 추락 이유로 지적된다. 클락은 지난 6월27일 문학 SK전에서 8회 3루 땅볼을 친 후 상대 1루수 박정권과 정면 충돌했다. 박정권은 왼쪽 정강이 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왼쪽 무릎을 강타당한 클락은 이후 한동안 경기에 출장하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무리였다. 임팩트시 무릎이 힘을 받쳐주지 못한 채 주저앉는 경우가 잦아졌다. 제대로 된 타구가 나올 리 만무했다. 부상 전까지 클락은 17홈런과 함께 장타율이 5할9푼1리였다. 김태균·박재홍에 이어 당당히 장타율 부문 전체 3위였다. 그러나 부상 이후 홈런 단 2개뿐이며 장타율도 1할8푼8리밖에 되지 않는다.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해 좀처럼 장타가 나오지 않은 탓이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아무래도 클락의 무릎이 아직 아프지 않나 싶다. 부상 이후 밸런스가 무너졌는데 좀체 살아나지 않는다”고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클락은 부상에 대해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마음 때문에 클락의 부진을 바라보는 구단 내에서도 마음이 타들어갈 수 밖에 없다. 구단에서는 ‘너무 혼자서 끙끙 앓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위의 도움을 청하지 않은 채 혼자 고민을 안고 가는 모습이 답답하고 또 안타깝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만 10시즌을 보낸 클락은 해외리그에서 외국인선수 생활이 처음이다. 미혼이라 가족도 없이 혼자 한국 무대를 밟았다. 시즌 중반 잘 나갈 때에는 전혀 문제 없었지만 부진이 깊어지자 심적으로도 더욱 고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클락의 얼굴을 보니 안 됐다. 잠도 제대로 못잔다고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클락은 “야구하면서 이렇게 괴로운 적은 없었다”고 고백했다. 장 코치는 일전에도 클락의 ‘여린’ 성격을 지적한 바 있다. 장 코치는 “부상을 당한 후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 팀에 미안한 마음에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었다. 클락은 “나 때문에 진 경기가 너무 많아 미안할 따름”이라고 자책했다. 첫 타향살이에 부상과 슬럼프 그리고 심적 고통이 동반된 부진인 것이다. 슈퍼맨 리턴 하지만 클락은 방망이를 놓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대전 삼성전이 끝난 후에는 장종훈 타격코치와 따로 남아서 특타를 할 정도로 뜨거운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기술적으로 클락은 무릎 부상 후유증인지 장타를 전혀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높은 공에 방망이가 자주 나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볼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나쁜 공에 방망이가 쉽게 나가는 것 역시 문제점이다. 후반기 12경기에서 클락은 삼진을 13개나 당한 반면 볼넷은 2개밖에 얻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너무 쫓기고 있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후반기 초반 때보다 스윙이 많이 좋아졌다”고 클락을 평가했다. 8월 6경기에서 24타수 1안타로 타율이 4푼2리였던 클락은 후반기 6경기에서는 그대로 안타를 3개나 뽑아냈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일 대전 삼성전에서도 클락은 삼진은 2개 당했지만 타구의 질이 나쁘지 않았다. 비록 타격에서 공헌도가 너무 미미하지만 중견수 수비에서 슈퍼맨다운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관건은 역시 타격이다. 남은 12경기에서 클락이 ‘슈퍼맨 리턴’에 성공한다면 한화의 4강 재진입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