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에 볼과한 타자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김현수(20. 두산 베어스)의 타격을 실제로 보면 더욱 의구심이 쌓여갈 뿐이다. 올시즌 3할4푼1리(2위, 8일 현재) 5홈런 63타점을 기록하며 입단 3년 만에 거물 타자로 자라난 김현수는 상세 기록서 더욱 눈부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현수는 출루율 4할5푼1리(1위)를 기록하며 4할2푼9리의 2위 박한이(29. 삼성 라이온즈)를 큰 차이로 따돌린 채 대단한 출루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현수는 득점 생산력(Run Created, 기본 공식=출루수*누타/타석)면에서도 82.89점을 올리며 92.65점을 기록 중인 김태균(26. 한화 이글스)에 이어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타석 당 투구수(P/PA)가 3.60개에 불과한 상태서 엄청난 득점 창출 효과를 나타낸 점이다. 득점 생산 상위 10명의 타자들 중 김현수보다 P/PA 수치가 낮은 타자는 1타석서 3.56개의 공을 보며 RC 71.62점(5위)을 기록한 28홈런 100타점의 거포 카림 가르시아(33. 롯데 자이언츠)뿐이다. 출루수의 비중이 큰 RC라는 것과 많은 투구수를 소모시키지 않는 한 볼넷 출루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타석에 선 김현수의 체감 위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풀타임 2년 만에 엄청난 성적을 기록 중인 김현수는 투구 소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 대해 "지난 시즌에는 기다리는 전략을 앞세우다가 치기 좋은 공을 놓치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스트라이크 존을 머리 속에 그려 넣고 그 안에 들어오면 그대로 스윙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며 적극적인 타격의 배경을 밝혔다. 경기를 앞두고 김현수와 이야기를 해 보면 그가 얼마나 담대한 선수인지 알 수 있다. 김현수는 고려대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4년 간의 야구 생활이 보장된 대학 입학이 더욱 안정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안정적이지 못해도 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프로 무대가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들어 프로에 직행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안정'보다 '모험'을 꾀한 김현수의 용맹성이 잠재된 한 마디였다. 또한 그는 난관에 부딪혔을 때도 도망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9월 6경기서 연장 18회 경기(3일 잠실 한화전) 포함 3번의 연장전을 치르는 바람에 육체적 피로가 극심했음에도 불구, 김현수는 "당연히 피곤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로 인해 부진한 경기력을 펼치게 되더라도 이를 그에 대한 이유로 삼을 수 없는 법이다. 피곤함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호기로움은 그저 '객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김현수는 나이 답지 않은 정확성과 대담함을 앞세워 상대 투수들에게 '경계령'을 발동하고 있다. 20세 나이에 한 팀의 중심 타자로 우뚝 선 김현수가 팀의 2위 수성을 이끌 수 있을 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