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부산에서는 프로리그 올스타전이 열렸다. 이제까지 시즌 중반 열렸던 올스타전과 달리 이번 행사는 2008시즌을 마감하고 오는 10월 4일 개막하는 2008-2009시즌을 대비하는 e스포츠인 모두의 잔치였다. 그러나 이번 올스타전처럼 기막히게 엇박자를 내며 삐꺽거린 올스타전도 처음이라는 생각이든다. 애초 후보 선정부터 팬들이 원하는 매치업, 경기전 선수 이동 문제, 경기가 열리던 시점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다가 한국e스포츠협회, 주관방송사였던 온게임넷, 프로게임단 사무국에다가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감독들과 선수들까지 한 술 떠더서 시끄러움을 거들었으니 잘 풀릴려고 해도 답이 없던 올스타전이었다. 몇 가지를 짚어본다면 우선 선수 선발부터 삐꺽거렸다. 이번 올스타전 후보 선정 기준은 각 종족별 랭킹 10위 이내. 그 바람에 인기는 있지만 성적이 부진했던 올드게이머들은 대거 철퇴를 맞았다. 협회의 기준이 잘못됐다는 점이 아니라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각 팀의 기준에 맞게 후보를 내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야구처럼 각 팀서 포지션별로 후보를 내세웠다면 후보 투표할때의 잡음은 없었을 것이다. 팬들이 원하는 매치업 선정에 대해서는 한편의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었다. 매치업 투표 개인전 1위는 이윤열과 홍진호의 경기였지만 우리는 그 경기를 볼 수 없었다. 팀플레이 부문 1위였던 이윤열-홍진호와 이영호-이제동 경기 역시 볼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팀플레이서 활약했던 홍진호가 개인전 경기를 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올스타 지휘봉을 잡는 한 e스포츠인의 강력한 주장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도대체 팬서비스 차원서 진행하는 올스타전서도 과도한 승부욕이 나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팀플레이 하는 선수를 개인전서 출전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면 특별전 경기에 배치해도 되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올스타전 이동 문제도 빼 놓을 수 없는 기막힌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 당일이었던 6일 새벽 5시 40분에 집결해 무리하게 올스타전이 열리는 부산으로 내려가니 경기력이 나올리 만무했다. 결국 지루한 경기가 양산됐고, 2000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올스타전 장소서 만석에 가득찰 정도로 모였던 팬들은 지루한 경기로 점점 경기장을 나와 마지막 7세트가 열리던 순간에는 1200명 정도의 팬들이 남았을 뿐이다. 남아있던 팬들 중 경기를 관람하며 조는 팬들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정도. 주관방송국이었던 온게임넷의 더딘 진행도 올스타전의 지루함을 보태는데 큰 힘이 됐다. 올스타전이 끝나고 남은 기억은 온미디어 개발 게임인 캐로로파이터 CF와 플레이플닷컴 CF 밖에 남지않았다. 매세트 끌날 때마다 틀어주는 광고로 경기 시간은 보통 3시간 내외로 끝을 내던 올스타전을 1시간 30분 정도 연장시킨 4시간 30분이라는 경기시간을 끌어내며 현장에 찾아온 e스포츠 팬들이 발길을 돌리는데 한 몫 거들었다. 이것이 현재 우리 한국e스포츠의 현 주소인가 생각이 들정도로 마음 한켠이 어두울 수 밖에 없었다. 계속 이런식으로 e스포츠가 흘러간다면 그야말로 사상누각일 수 밖에 없다. 이번 올스타전을 계기로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한 발자국씩 양보하면서 밑바닥에서 어렵게 끌어올린 처음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