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선발진에 새싹이 피어났다. 꽃망울만 피우면 꽃이 된다. 고졸 2년차 우완 정통파 김혁민(21)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9일 잠실 LG전에 선발등판한 김혁민은 데뷔 후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6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를 작성했다. 6이닝도 데뷔 후 가장 많은 투구이닝. 최근 3경기에 선발등판한 김혁민은 승없이 2패 방어율 5.27을 기록했지만, 꾸준히 5이닝 이상 던지며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리고 LG전에서 마침내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하며 한화의 선발진의 한 자리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지난해 성남서고를 졸업하고 2차 1번으로 지명돼 계약금 1억 원을 받으며 한화에 입단한 김혁민은 첫 해는 주로 2군에서 보냈다. 1군 성적은 2경기 방어율 5.40이 전부. 하지만 2군에서 가장 많은 투구이닝(96⅓)을 소화하며 착실하게 선발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2년차가 된 올해. 김혁민은 6월 중순 두 번째 1군 복귀 후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한화 마운드의 한 축이 됐다. 6월 중순부터 7월까지 15경기 3승2패 방어율 3.76으로 깜짝 활약했다. 김혁민은 베이징 올림픽 기간에는 2군에서 경기하며 후반기를 준비했다. 8월 2군 4경기에서 1승1세이브 방어율 0.97로 압도적인 피칭을 펼쳤다. 올 시즌 2군 성적은 12경기 1승4세이브 방어율 0.70. 더 이상 2군에서 뛸 선수가 아닌 것이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에서 중간계투로 2경기에 등판한 김혁민은 류현진을 제외한 기존 선발투수들의 연쇄 부진과 부상을 틈타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다. 단조로운 구종과 체력이 관건으로 지적됐으나 경기를 치를수록 나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LG전이 3번째 선발등판이었던 김혁민은 선발로도 어느 정도 적응된 모습을 보였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6km로 조금 떨어졌지만 대신 슬라이더를 비롯한 변화구의 비율을 늘려 완급조절에 힘을 썼다. 이날 데뷔 후 가장 많은 7개의 탈삼진을 잡았는데 이 가운데 5개가 변화구로 잡은 것이었다. 고속 슬라이더는 최고 138km까지 나왔다. 187cm라는 비교적 큰 신장에서 오버핸드로 내리꽂는 타입이라 타자들에게 더 위력적으로 느껴졌다. 야수진의 수비실책과 기습번트로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흔들리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후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베테랑 투수들의 부진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고 있지만 이 기회에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줄 작정이다. 김혁민이 유원상과 함께 그 선두주자다. 김 감독은 “올림픽 휴식기 동안 나이 먹은 투수들이 더 늙어 버렸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년이나 내후년에 유원상과 김혁민이 류현진과 선발진을 이뤄야 팀이 4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혁민에 대해 김 감독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앞으로 주축 선발투수로 팀을 이끌어줄 투수”라고 기대를 표했다. 김혁민은 “아직 보직을 신경 쓸 처지가 아니다. 사실 마무리에 조금 더 마음이 갔지만 선발도 좋다”며 “지금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지고 있지만 앞으로 체인지업과 커브도 연마해서 던지겠다. 변화구를 하나쯤 더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선발투수로 가는 첫걸음인 것이다. 물론 구종의 다양화 못지않게 체중을 늘리고 체력을 기르는 것도 선발투수 김혁민에게는 중요한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