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선수 출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타격이었다. 이병규(25. LG 트윈스)와 이여상(24. 한화 이글스)이 각각 결승타와 팀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안타를 때려냈다. 후반기 LG가 찾은 유망주 중 한 명인 이병규는 9일 잠실구장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서 7회말 선제 결승 1타점 우중간 3루타를 터뜨리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치열한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화에 일격을 가한 동시에 시즌 내내 LG 선수단에 잠재해 있던 패배 의식을 씻어내는 귀중한 적시타였다. 이병규는 경기 후 "원래 상대 선발 김혁민(20)의 직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앞선 상황서 계속 직구가 파울타구로 연결되었다. 체인지업을 친 것이 3루타로 연결 되었는데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것 같다"라며 결승타 상황을 설명한 뒤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주고 싶다.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말로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사실 이병규는 아마추어 야구계에서 철저한 무명 선수는 아니었다. 경북고 시절 투수를 겸하는 동시에 정확한 타격을 보여주며 대구, 경북 지역서 좋은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한양대 진학 후에도 팀의 4번 타자로 활약, 2005년 6월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표팀에 선발되는 등 잠재력은 갖춘 선수로 평가받았다. 아쉬웠던 점은 체구(178cm 77kg)가 다소 작았다는 점이었다. 이병규 또한 당시 미지명에 대해 "1루수라고 하면 대개 몸집이 큰 거포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체구가 다소 작은 편이라 구단들이 외면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2006년 LG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이후 지난 시즌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을 겪는 등 우여 곡절도 겪었던 이병규였으나 그의 성실함과 타격 재능은 3년이 지난 현재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이여상은 9일 경기서 단 1안타를 치는 데 그쳤으나 안타를 치던 당시의 모습은 분명 허투루 보기 어려웠다. 8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이여상은 볼카운트 2-1으로 타자에게 불리한 상황서 상대 선발 봉중근(28)의 바깥쪽 직구(145km)를 그대로 밀어치며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타이밍 상 너클 커브로 쉬어갈 가능성이 컸던 상황으로 수싸움에서 극도로 밀릴 가능성이 컸으나 이여상의 타격 재능이 번뜩였던 순간이었다. 이 1안타로 노히트 피칭을 기록하는 데 실패했던 봉중근은 경기 후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원래 안쪽 공을 던지려고 했는데 승부를 쉽게 가져가려다 안타를 맞았다. 이여상이 잘 때려낸 타구였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봉중근이 우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바깥쪽 직구는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탄착군을 형성하는 어려운 공이었으나 이여상은 이를 배트 결대로 잘 때려냈다. 이여상 또한 삼성의 신고 선수 출신이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6년 삼성에 입단했던 이여상은 첫 해 확실한 재능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하며 방출의 아픔을 겪었으나 신고선수로 재입단하는 의지를 보여 준 타자다. 이여상은 지난해 2군 남부리그서 3할3푼9리(1위) 7홈런 47타점 14도루를 기록하며 2년 째에 접어 들어서야 자신의 잠재력을 조금씩 터뜨리기 시작했다. 2008시즌 개막 후 포수 심광호(30)의 트레이드 상대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이여상은 올시즌 83경기서 1할8푼2리 8타점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2군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변화각이 큰 1군 투수들의 변화구에 확실하게 대처하지 못했고 수비서도 약점을 비추며 1군서 고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 주었다. 그러나 이여상 또한 이병규와 마찬가지로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젊은 타자다. 최근 전체적으로 한화 타선이 침체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9월 들어 타율 5할(8타수 4안타) 2도루를 기록 중인 이여상은 분명 허투루 볼 수 없는 타자 중 한 명이다. 신인 지명서 고배를 마시고 '신고 선수'로 프로 무대를 밟은 이병규와 이여상. 오늘보다 빛나는 내일을 꿈꾸며 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farinelli@osen.co.kr 이병규-이여상.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