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길, 후반기 14G 중 12G 등판 '마당쇠'
OSEN 기자
발행 2008.09.11 17: 27

[OSEN=이상학 객원기자] 비나 오나 눈이 오나 마운드에 오른다. 한화 잠수함 마정길(29)의 등판이 잦아지고 있다. 마정길은 한화의 후반기 14경기 가운데 무려 12경기에서 구원등판했다. 등판하지 않은 2경기는 ‘괴물 에이스’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였다. 7이닝을 기본으로 던져주는 류현진이 선발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마정길의 등판이 기정사실화될 정도로 그의 등판이 잦다. 원포인트 릴리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벌써 56경기 등판으로 경기수에서 정우람(SK·70경기)에 이어 강영식(롯데)과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사실 마정길은 데뷔 때부터 마당쇠처럼 구른 투수였다. 지난 2002년 단국대를 졸업하고 계약금 2억 원을 받으며 ‘고향팀’ 한화에 입단한 마정길은 그해 59경기에서 60이닝을 소화, 2승5패6세이브6홀드 방어율 5.40을 기록했다. 2년차가 된 이듬해에도 63경기에 등판한 마정길은 무려 68⅔이닝을 던지며 3승2패2세이브8홀드 방어율 4.06으로 활약했다. 많은 경기 등판수에서 나타나듯 팀에 꼭 필요한 마당쇠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시즌 중 복귀한 마정길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으나 지난 겨울 하와이 전지훈련에서 충분한 훈련을 소화하며 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붙박이 1군 멤버로 복귀한 마정길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56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77이닝을 소화하며 1승1패2세이브4홀드 방어율 3.39를 기록 중이다. 마정길 스스로 “오히려 볼 끝은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직은 다소 애매하다. 시즌 초반 패전처리로 시작한 마정길은 아직 확실한 승리계투조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상황에 따라 이길 수 있는 경기에도 투입되고 있지만 동점이거나 근소하게 뒤진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마운드에 오른다. 한화가 좀체 승기를 잡지 못하고 있는 후반기에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기고 있는 경기가 없는 바람에 정해진 보직이 마땅하지 않은 마정길이 어떻게든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워낙 자주 등판하다 보니 성적은 들쭉날쭉한 편이다. 8월 5경기에서는 방어율 11.12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9월 7경기에서는 또 방어율 2.89로 호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승패는 물론이고 홀드마저 하나도 없었다. 같은 마당쇠로 주목받고 있는 정현욱(삼성)이 중간계투로는 이례적으로 규정이닝을 채우고 있지만 9승4패8홀드로 눈에 띄는 성적도 좋다. 삼성 선동렬 감독은 “정현욱이 올 시즌 인사 고과 1위”라며 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마정길은 눈에 띄는 성적이 두드러지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마정길은 “작년까지는 1군에서는 조금만 못 던져도 바로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이제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며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4강과 개인성적을 떠나 한화 구단은 승패와 관계없이 야수처럼 거의 매경기 마운드에 올라 육수를 뽑아내며 마당쇠 역할을 다하고 있는 마정길에게 내년 연봉 인상으로 대접해야 할 듯하다. . . .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