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달 일이다. 한화 내야수 이여상(24)은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를 맞아 동료들과 부산 해운대를 찾았다. 때마침 성수기라 한 공중파 방송국이 피서지 풍경을 담기 위해 취재를 했는데 이여상이 인터뷰이로 낙점됐다. 그러나 취재진은 이여상이 야구선수인지를 알아보지 못했고 방송자막에서도 이름을 ‘이영상’으로 잘못 내보냈다. 이여상은 “내가 야구선수인지 못 알아보는 건 그렇다 쳐도 이름까지 바꿔 놓을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이제 프로 데뷔 2년차가 된 이여상은 이영상 에피소드에서처럼 아직 무명이다. 부산공고-동국대를 졸업한 지난해 어느 팀에도 지명받지 못한 이여상은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하며 어렵게 프로무대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이여상은 2군 남부리그에서 타율 3할3푼8리·7홈런·47타점·14도루를 기록했다. 2군 타격왕을 비롯해 최다안타 2위, 홈런 4위, 타점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맹활약한 데 힘입어 시즌 막판에는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에 승격될 정도로 초고속 성장했다. 시즌 초반이었던 지난 4월초. 포수 심광호와 맞트레이드돼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이여상은 풀타임으로 1군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성적은 그리 좋지 못하다. 85경기에서 138타수 26안타로 타율이 1할8푼8리밖에 되지 않는다. 볼넷 12개를 얻는 동안 삼진을 39개나 당할 정도로 1군 투수들의 질 높은 피칭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손가락 부상에도 출장을 강행할 정도로 남다른 투지를 발휘했다. 또한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플레이로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해냈다. 1군에서 충분한 적응기간을 갖고 손가락도 회복된 이여상은 시즌 막바지가 된 9월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9월 8경기에서 14타수 6안타로 타율 4할2푼9리를 마크하고 있다.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는 봉중근으로부터 유일하게 안타를 뽑아내며 노히트의 위기를 앞장서서 깬 이여상은 11일 잠실 LG전에서는 데뷔 첫 홈런을 터뜨렸다. 1-0으로 앞선 2회초. 크리스 옥스프링의 몸쪽 낮은 145km 직구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비거리 105m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시즌 1호이자 데뷔 160타석만의 홈런이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은 올 시즌 가장 성장한 선수 중 하나로 이여상을 꼽고 있다. 아직 세기가 부족하지만 다듬고 나면 공수주 삼박자에서 쓸만한 선수라는 것이 김 감독의 판단이다. 이여상은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내년 시즌 한상훈의 군입대로 공백이 생길 2루수 자리에 우선순위로 투입될 것이 유력하다. 당분간 여름휴가는 없겠지만, 어디를 가든 야구선수 이여상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데뷔 첫 홈런은 그 출발점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