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명 건강컬럼]불경기와 높은 물가 때문에 고생해도 명절은 명절이다. 이번 명절 때도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지인들이 조그마한 선물을 했다. 다행히 서로 부담되는 것은 하지 말자는 기류가 형성되어 있어 정말 명절 기분을 낼 수 있을 만큼의 선물을 주고받았다. 지난해와 다른 것이 있다면 쇠고기 선물은 일절 하지 않아 요즘 사회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했다. 어쨌든 명절 기분도 나고 퇴근 후 아내와 집으로 들고 갈 선물을 챙기다 보니 아니다 다를까 이번에도 전통주와 양주가 빠지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역시 한국인의 정서가 대변되는 모습이었다. 술 선물을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수가 높은 양주나 중국술들을 마시면 숙취가 없다고 알고 있다. 정답은 ‘No'다. 또 다른 사람들은 약재로 빚은 전통주를 마시면 숙취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 역시 ’No'다. 물론 내가 말한 것 역시 정확한 답은 아니다. 적당량, 즉 자신의 주량에 맞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술을 음미하면서 안주를 곁들이면 숙취는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독한 술이면 숙취가 없다고 주장하는 애주가들 대부분이 개봉을 하면 끝장을 보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천하의 말술이라도 자신의 주량을 넘으면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게 문제를 일으킨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머리의 묵직함을 느끼며 눈을 뜨게 된다. 이후 극심한 두통과 속 쓰림, 구토 증상이 따라온다. 심한 사람은 하루 종일 화장실을 오가며 헛구역질만 하다 탈진해 응급실로 직행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증상을 느끼며 죽지는 않지만 ‘죽을 맛’은 충분히 보게 된다. 최종 단계에서는 극심한 편두통이 따라오다 그 과정을 지나면 급격한 피로를 느끼게 되고 잠에 들게 된다. 이런 숙취의 증상은 술 냄새만 맡아도 까무러치는 사람들이나 말술인 사람이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주량을 넘기면 생기는 공통점이다. 쉽게 말해 술을 한잔도 못하는 사람이 한잔 이상을 마시는 것과 소주 2병을 마시는 사람이 2병 이상 마시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내원하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도 이 질문이다. 알콜 도수가 높다고 해서 결코 숙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몸속에서 알콜이 분해되는 시간이 많아 숙취의 고통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숙취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올바른 길은 절주와 금주다. 그것이 힘들다면 자신의 주량에 맞게 천천히 마시는 것이 최고의 선택인 것이다. [글 :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sta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