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어부지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의 수문장 티모 힐데브란트(29)와 산티아고 카니사레스(39)가 주전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사이에 제3의 인물이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시작은 지난 2007년 힐데브란트가 발렌시아에 입성하면서다. 2005년 독일 대표팀에 처음 선발된 힐데브란트는 2006 독일월드컵에도 출전한 전도유망한 골키퍼.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기량이 조금씩 쇠퇴하고 있는 카니사레스를 대체하기 위한 영입이었다. 발렌시아는 둘의 경쟁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들의 경쟁이 실력 다툼이 아닌 말다툼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포문을 연 쪽은 카니사레스였다. 그는 지난 8월 25일 발렌시아가 레알 마드리드에 2-4로 패한 스페인 슈퍼컵 2차전이 끝난 후 스페인의 라디오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힐데브란트의 플레이를 혹평했다. 자신이 아닌 힐데브란트가 수문장을 맡은 것이 발렌시아가 9명이 뛴 레알 마드리드에 패한 이유라는 내용이었다. 지난해부터 험악하던 두 선수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순간이었다. 힐데브란트는 결코 참지 않았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카니사레스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카니사레스의 주장은 신랄했지만 과장이 너무 심했다. 같은 팀 동료인 나를 언론을 통해 비난한다는 것 자체가 그의 품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 자체도 훌륭한 방법은 아니지만 참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힐데브란트의 말처럼 둘의 말싸움은 훌륭한 방법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둘의 저조한 기량과 불화에 시달린 소속팀 발렌시아가 새로운 골키퍼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바로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 헤난 브리투(23, 브라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우마이 에메리 발렌시아 감독은 개막전 선발 골키퍼로 힐데브란트도 카니사레스도 아닌 브리투를 선택했고 이는 개막전 대승이라는 산뜻한 결과로 나왔다. 힐데브란트는 자신의 벤치 신세에 불만을 토로했지만 에메리 감독은 "경쟁은 경기장 위에서 하는 것"이라 일축했다. stylelom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