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은정(28)이 영화 ‘신기전’(김유진 감독)으로 돌아왔다. ‘신기전’은 절대강국을 꿈꾼 세종의 비밀 병기 신기전을 둘러싼 명과 조선의 국운을 건 대결을 그린 영화. 한은정은 극중에서 신기전 개발에 앞장서는 여성과학자 홍리 역을 맡았다. 개인의 영위와 여성으로서의 행복보다는 국운을 건 신기전 개발에 온몸을 바치는 인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신기전’의 홍리는 현대적인 여성입니다
한은정은 170cm에 이르는 훤칠한 키에 도시적인 외모를 자랑한다. 시대극의 여주인공은 보통 아담한 체구의 배우를 연상하기 마련. 하지만 한은정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신기전’에서 현대적이고 진취적인 여성과학자 홍리로 분했다.
한은정은 “감독님이 저 같은 스타일을 원했다”며 “감독님은 너무 고전적이고 작고 아담한 스타일보다 현대적인 이미지가 있는 배우를 원했다. 처음부터 감독님은 ‘신기전’이 역사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크게 봤을 때 칙칙하지 않은 상큼함을 주고 싶다고 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털어놨다.
‘신기전’은 본격 첫 영화 연기, 넉넉하게 바라봐주세요
그 동안 한은정은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주력해왔다. ‘풀하우스’ ‘원더풀 라이프’ ‘대한민국변호사’ ‘서울 1945’ 등등. 영화는 ‘투 가이즈’(2004) 정도. 4년 만에 영화 ‘신기전’을 하게 됐다. 아직은 브라운관의 연기가 스크린보다 친숙할 터.
“드라마는 영화와 다른 영역이고 사실 부담도 컸다”며 “스크린에서 저도 기계적으로 연기하면 좋겠지만 어쩌면 ‘신기전’이 주연으로는 첫 영화이고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데 너무 기계처럼 연기하길 바라기보다 넉넉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물론 앞으로 노력도 없고 발전도 없다면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것이다”며 “하지만 노력하는 기미도 보이고 발전돼 가는 모습을 보시면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넉넉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신기전’의 홍리 역을 보자마자 ‘딱 이거다’ 싶었어요
한은정에게는 이전에도 많은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하지만 한은정은 영화보다는 드라마를 선택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영화를 나중에 해야지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딱 이거다’라는 느낌이 오는 작품도 없었고 그래서 더 영화를 늦게 하게 됐다”며 “하지만 오히려 저한테는 더 잘 된 것 같다. 드라마에서 쌓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30대에 영화에서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을 길게 봤을 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정은 오랜만에 ‘신기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단박에 ‘이거다’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또한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스쳤다고.
한은정은 “조건을 따져서 이렇게 해야지 그런 게 아니라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내 입에 딱딱 붙을 것 같다. 사전 조사를 많이 하고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딱 봤는데 홍리 자체가 나에게 맞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정재영과의 키스신…. 정말 좋은 감정으로 연기했습니다
‘신기전’에는 한은정과 정재영의 러브라인도 펼쳐진다. 정재영은 극중에서 조선 초기 상단의 우두머리 설주 역을 맡았다. 설주는 웬만한 무사 못지 않은 무예실력을 갖춘 인물. 신기전에 몸 바치는 홍리를 사랑하며 그녀를 위해 목숨도 내던진다. 극중에서 두 사람의 키스신도 이어진다.
한은정은 “실제로 정재영 오빠는 되게 민망해하고 낯가려 하신다”며 “썰렁한 개그를 하면서 자기 딴에는 능청스럽게 넘어가려고 하는데 코에 땀방울이 맺히면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더 귀엽고 순진한 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더 인간적이고 좋았다”고 전했다.
덧붙여 “재영이 오빠와 연기하는 것에 있어 그냥 연기를 하니까 한다고 생각한적이 없다”며 “실제 홍리가 설주를 만나는 것처럼, 내가 정재영을 만나는 것이 늘 새로웠다. 키스 신도 겉치레로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설주라고 생각하고 정말 좋은 마음으로 촬영했다.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상대와는 몰입하기 힘든데, 상대방이 좋으니까 연기도 너무 편안하게 했다”고 키스신 비화를 털어놨다.
도시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요? 실제 성격은 솔직하고 장난도 잘 칩니다
한은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당당한 모던 걸의 이미지다. 물론 거기서 좀더 과하게 들어가면 새침할 것 같고 차가울 것 같고 세 보일 것 같은 이미지도 풍긴다. 실제 한은정은 어떨까
한은정은 “외모적으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을 한다”며 “하지만 실제 성격은 솔직하다. 가까운 사람들과는 장난도 잘 치고 이야기도 잘 한다. 단 저는 기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예의에 어긋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제 스스로 마인드가 많이 오픈돼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며 “조금은 보수적인 면이 있다. 현대 여성처럼 개방적인 여성은 아니다. 기본 없고 예의 없는 사람을 너무 싫어한다. 쉽게 넘어가지 못한다. 그런 사람을 보면 화가 나서 얼굴을 찌푸린다. 그런 거 보면 보수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것만 지켜주면 마음을 열수 있다”고 전했다.
관객들에게 더 친근하고 인간적인 한은정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은정은 ‘신기전’을 통해 그 동안 보여왔던 도도하고 차가울 것만 같은 이미지에서 조금은 벗어났다. 홍리는 일에 있어서는 당찬 과학자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누구보다 서툴고 귀여운 인물. 100% 완벽할 것 같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순수한 인물이다. 한은정은 이 귀여운 홍리 역으로 좀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앞으로 그녀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한은정은 “관객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이다”며 “더 좋은 작품에서 관객들과 친해지고 싶다. 그 동안 제가 보여왔던 정형화된 이미지보다는 좀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관객들에게 친근하고 인간적인 한은정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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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