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한 데 모이는 ‘추석’, 그러나 즐거움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와 가장들이 늘고 있다. 최근 한 쇼핑몰이 30대 이상의 주부 4047명을 대상으로 ‘주부들의 명절 희망사항’을 조사한 결과 약 53%((2137명)의 주보가 ‘명절을 없앴으면 좋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절 증후군 증상으로 만성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대답한 주부가 62.3%(2521명), 이유 없는 짜증 22.5%(909명), 무기력증 10.7%(432명) 순으로 나타나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최근의 경기 불안으로 추석 보너스를 지급하는 회사와 그 액수가 줄어든 데다 추석 연휴 기간까지 짧아 주부들뿐만 아니라 가장들의 스트레스도 심각한 상황이다. 명절 증후군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는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과 고부간의 갈등을 비롯한 시댁과 처가의 차별 등이 주요 원인이며, 경제력으로 인한 부담과 교통난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미란 주부(43, 가명)는 9월 초부터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오른 물가로 차례상 마련과 양가 부모님 용돈도 부담이 되지만 무엇보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큰집에 모여 음식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다고 한다. 식구가 많아 음식 만드는 일도 문제지만 특히 며느리간의 집안 자랑 등이 심해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이 무능력해 보이고, 자식 자랑까지 할 때면 별다른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지 못한 것이 한이 맺힐 정도여서 할 수만 있다면 명절이 없는 나라로 이민이라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명절 증후군’이 확산되면서 여성부를 비롯한 정부기관에서는 ‘함께 하는 즐거운 추석 보내기 캠페인’을 실시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이는 추석을 즐겁게 보내기 위한 가족구성원간의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제시하는 등 명절 증후군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 년 중 3월과 9월에 이혼이 많아지는 것이 설과 추석 등의 명절로 인한 부부싸움 증가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명절증후군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 명절 증후군의 신체적 정신적 증상 명절증후군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지난해 한 취업포털이 직장인 1381명을 대상으로 추석 관련 명절 스트레스에 관해 설문 조사한 결과 80.4%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답했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명절증후군 증상으로는 66.0%가 ‘만성피로’를 꼽았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다음으로 ‘소화불량’(34.6%), ‘두통’(21.2%), ‘탈모’(4.1%) 등이 많았으며, 정신적 증상으로는 ‘신경질적 증상’(42.6%), ‘의욕상실’(31.4%), ‘우울증’(18.0%), ‘대인기피증’(10.2%), ‘불면증’(10.1%) 등이 주를 이뤘다. 명절 증후군은 비단 주부들만의 질환이 아니다. 남편들의 경우도 경제력 부족이나, 고부간의 갈등, 집안간의 비교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홀로 사시는 부모님들의 경우 추석 때 잠깐 들르는 자식들이 떠나고 나면 갑작스런 허전함과 쓸쓸함으로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명절 증후군의 경우 특별한 질환으로 취급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속될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될 수 있는 것. 두통을 비롯한, 어지럼증, 답답함, 불면증, 불안 등이 지속된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김양래 휴 신경정신과 김양래 원장은 “대부분의 남편들이 명절 준비는 당연히 주부들의 몫이라고 여기고 당연시 여기지만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는 남편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극심한 고통이 될 수 도 있다”며 “특히 명절 후에도 아내가 기운이 없거나 화병과 같이 답답함을 호소한다거나 아이들이나 남편에게 화나 짜증이 심해진다면 적절한 상담과 치료로 우울증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슬프거나 우울한 기분뿐만 아니라 신경질이 늘어나도 우울증의 증상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명절 증후군을 최소화 하는 몇 가지 방법 명절 증후군 중 신체적 스트레스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면 대부분 풀리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는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의들은 명절 증후군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간의 사랑이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양래 휴 신경정신과 김양래 원장은 “명절 중에 아무리 짜증스럽고 힘들어도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은 명절 기간 중에는 가급적 자제하고 ‘이번 명절에 고생했다’ ‘수고했다’ ‘고맙다’와 같은 말을 자주 하는 것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가족간이나 친척들간에는 서로 자랑과 비교를 하기 보다는 진심 어린 따뜻한 말과 대화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삼가 해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체적인 피곤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식구 수 보다 많은 음식을 무리하게 만들기 보다는 음식 가지 수를 최소화 하는 것이 피로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우다 보면 음주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늦은 취침과 기상으로 신체리듬이 파괴 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일상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남편들의 경우 고향집을 다녀오기 위해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시간 운전은 관절을 비롯한 목과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만큼 최소한 1시간 이상 운전을 했을 경우에는 휴게소 등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추석에는 튀김이나 부침개와 같은 기름진 음식들이 많아 과식을 비롯한 소화불량에 노출되는 경우도 흔한데 이럴 경우에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과일이나 야채와 같이 무기질이나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된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다. 김양래 휴 신경정신과 김양래 원장은 “명절 전후로 우울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갱년기를 맞은 여성이나 또는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인 여성들의 경우 우울증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만큼 무엇보다 남편과 가족들의 따뜻한 한마디와 격려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OSEN=생활경제팀 osenlif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