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팀은 희망고문을 시작했지만 유망주들은 더 이상 희망고문을 하지 않는다.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고 실질적인 전력으로 재탄생했다. 한화가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보는 이유다. 후반기 18경기에서 4승14패로 매우 크게 고전하고 있지만 유망주들이 9월 들어 투타에서 맹활약하며 깊은 고민을 한시름 덜어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우완 유망주 유원상(22). 8월 여름까지 유원상은 불 같은 남자였다. 8월까지 23경기에서 5승3패 방어율 6.41 WHIP 2.00 피안타율 3할1푼8리로 말 그대로 뭇매를 얻어맞았다. 하지만 9월 6경기에서는 승 없이 1패1홀드를 마크하고 있지만, 방어율이 제로이고 WHIP 0점대(0.74) 및 피안타율 1할대(0.121)로 확실히 달라졌다. 가을 바람이 불자 전어 굽는 냄새를 제대로 풍기며 얼음장 같은 남자가 된 것이다. 9월 21이닝 연속 무자책 행진. 9이닝당 볼넷도 6.51개에서 3.00개로 줄어들었다. 또 다른 우완 유망주 김혁민(21)도 노쇠화된 선발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로 고졸 2년차밖에 되지 않은 유망주이지만 6월부터 불펜에서 힘을 보태더니 8월말부터는 선발진에 새로 합류했다. 지난달 29일 대전 SK전부터 선발진에 합류한 이후 김혁민은 승 없이 2패를 떠안으며 방어율 4.50을 기록하고 있지만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매경기 5이닝을 기본적으로 던져줄 정도로 꾸준하다는 점이 든든하다. 최근에 슬라이더뿐만 아니라 체인지업도 던지며 선발로서 구종을 다양화했다. 불펜에서는 ‘마당쇠’ 마정길(29)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실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붙기에는 나이가 많지만, 계약금 2억 원을 받고 들어온 유망주 출신으로 이제야 제대로 그 몸값을 하고 있다. 후반기 팀의 18경기 가운데 무려 15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중간계투로 규정이닝을 꽉 채운 정현욱(삼성)도 후반기에는 마당쇠 투수계에서 마정길에 명함을 내밀 수 없다. 특히 9월 활약이 빛나는데 10경기에서 16⅓이닝을 던져 4자책점으로 방어율은 2.16. 한희민 이후 제대로 된 잠수함의 등장이다. 야수로 눈길을 돌리면 이적생 이여상(24)이 눈에 띈다. 아직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또는 ‘이영상’으로 잘못 알려질 정도로 낯선 이름이지만 올한해 1군 무대를 누비며 적응기간을 거쳤다. 시즌 막바지가 된 9월에야 적응완료를 알리며 잠재력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9월 11경기에서 26타수 9안타로 타율 3할4푼6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한화 팀내에서 9월 최고 타율. 지난 11일에는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고 14일 문학 SK전에서는 데뷔 첫 한 경기 3안타를 작렬시켰다. 괜히 2군 타격왕이 아님을 알렸다. 지난 2006년 입단동기인 송광민(25)과 연경흠(25) 역시 제한된 기회에서도 꾸준히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둘 모두 거포 타입이지만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타격은 매섭다. 류현진없이 거둔 후반기 첫 승이었던 지난 13일 문학 SK전에서 연경흠은 결승 2타점 2루타, 송광민은 대타로 나와 쐐기 2루타를 터뜨렸다. 이튿날 연경흠은 생일을 맞아 5삼진이라는 생일빵을 당했고, 송광민도 6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최근 물 먹은 한화 타선에서 김태균 다음으로 가장 위협이 되는 타자들이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쉽지 않아졌다. 꽤 깊은 수렁에 빠졌지만 위기 속에서도 유망주들의 성장이라는 희망을 확인하고 있는 한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