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김민준의 유쾌한 질주, 둘째가 기대되는 ‘타짜’의 첫 판
OSEN 기자
발행 2008.09.16 23: 54

장혁(32)과 김민준(32), 두 동갑내기 배우의 변화된 모습이 유쾌하다. SBS TV 월화드라마 ‘타짜’를 이끌어 갈 두 바퀴가 시청자들에게 그럴 듯한 그림을 안겼다. 16일 밤, 기대 속에 첫 선을 보인 ‘타짜’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화두를 던지고 1주일 뒤 2회를 기약했다. 통속적인 화두는 거친 사내들의 원한과 복수다. 어느 드라마에서든 쉽게 배치할 수 있는 구도다. 고니의 아버지(안내상 분)는 아귀(김갑수 분)의 꾐에 빠져 ‘한 판의 세계’로 빠져든다. 하지만 프로 도박꾼 아귀를 당해내기에 고니 아버지 명수의 수는 너무나 순진하다. ‘조강지처 클럽’의 속보이는 꼼수가 연상되기까지 했다. 이런 명수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아구의 꾐은 결국 지리산 작두 대호(이기영 분)를 ‘강호의 세계’로 불러내기 위함이었지만 어쨌건 명수는 억울한 죽음을 맞았고 고니는 그 한을 마음 깊이 안고 가야 마땅했다. 스토리가 이 방향으로만 흘러 갔다면 여느 통속적인 드라마와 다름 없었을 터다. 하지만 ‘타짜’의 흐름은 좀 달랐다.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밝고 허풍까지 가득한 성인의 고니(장혁 분)를 만나게 만들었다. 장혁의 능글맞은 연기는 거의 물이 오른 듯하다. 아버지를 잃은 한을 가슴 한 구석에 품고 있는 지 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제 멋대로 자랐다. 여기에 그 동안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김민준이 거칠게 가세했다. 당구장에서 예정도 없이 만난 둘은 몇 마디 대사만으로 서로가 통한다는 느낌을 가슴으로 주고 받는다. 종전 작품에서 거칠어도 부드럽고, 부드러워도 거칠었던 그 아쉬움을 ‘타짜’에서는 제대로 벗어버린 김민준이 장혁과 일합, 이합을 맞췄다. 김민준의 어눌했던 발성(입술을 벌리지 않고 대사를 하는, 복화술 같은)이 되레 강렬한 카리스마로 다가왔다. 이제 겨우 1회를 보여준 ‘타짜’ 이지만 앞으로 나갈 방향성은 상당 부분 드러냈다. 매우 통속적인 스토리를 억지로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지는 않겠다는 심산이다. 그게 바로 ‘타짜’의 세계 일 수 있다. 드러내는 칼 보다 숨기고 있는 칼이 더 무서운 법이다. 만화 ‘타짜’, 영화 ‘타짜’를 떠나, 드라마 ‘타짜’가 보여줄 세계가 기대된다. 더 능글맞아진 장혁의 눈동자가 있고, 복화술 같은 대사가 이제야 어울리는 김민준이 있기 때문이다. 한예슬과 강성연이 만들어갈 농염한 세상은 일종의 보너스가 될 지도 모르겠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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