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벼락에 망신까지" 휴스턴의 허리케인 수난기
OSEN 기자
발행 2008.09.17 05: 44

[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이쯤 되면 '수난의 주말'로 기록될 만하다. 미국 남부 지역은 지난 주말 허리케인 아이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특히 멕시코만 북쪽에 걸쳐 있는 휴스턴 지역의 피해는 엄청났다. 이곳을 연고지로 하는 야구팀 애스트로스도는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다. 휴스턴은 원래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시카고 컵스와 홈 4연전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아이크가 닥쳐들자 13, 14일 경기는 일찌감치 취소됐다. 남은 2경기를 치러야 했지만 휴스턴 도심 대부분이 파괴된 까닭에 경기를 치르기는 불가능했다. 허리케인에 대비해 특별 설계된 홈구장 미닛메이드파크의 상태는 괜찮았으나 주요 도로들이 물에 잠긴 상태에서 관중을 모으기는 불가능했다. 선수단이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데도 애를 먹을 정도였다. 휴스턴은 부랴부랴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경기를 치를 만한 다른 구장들을 하나씩 검토해봤다. 가장 가까운 텍사스 알링턴은 아이크의 영향권에 놓여 있었다. 애틀랜타는 폭우가 예상됐다. 탬파베이도 고려됐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 궁여지책으로 고른 곳은 밀워키. 다행히 날씨와 일정에 문제가 없었다. 밀워키 브루어스도 구장을 빌려주는 데 선뜻 동의했다. 결론이 나자 휴스턴은 현지시간 일요일 아침 일찍 선수단을 소집했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선수, 코칭스태프, 프런트 직원들을 공항으로 모이게 했다. 그리고는 당일 오후 경기를 위해 비행기를 탔다. 휴스턴 선수단이 탑승한 컨티넨털 에어라인의 전세기는 이날 휴스턴 공항을 출발한 유일한 비행기였다. 악몽같은 휴스턴을 떠나기는 했지만 선수단의 마음이 편할 리 만무했다. 외야수 헌터 펜스는 전날밤 자다가 집 천장에서 물이 쏟아져 한바탕 난리를 치렀다. 일부 선수와 구단 직원 가족은 미닛메이드파크에 마련된 임시 숙소로 대피했다. 선수단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도착한 밀러파크. 명색이 홈구장이라지만 관중은 온통 컵스 팬들 뿐이었다. 밀워키가 시카고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까닭에 컵스를 응원하는 관중이 물밀듯 몰려들었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상대 선발인 에이스 카를로스 삼브라노의 공을 휴스턴 타자들은 손도 대지 못했다. 1회부터 헛방망이질을 일삼더니 9회까지 안타 1개도 쳐내지 못하고 0-5로 졌다. 노히트노런. 삼브라노는 컵스 구단 사상 36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지만 휴스턴 선수들은 풀이 잔뜩 죽었다. 다음날 이어 열린 경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좌완 테드 릴리에게 7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끌려가다 8회 마크 로레타의 안타와 데이빗 뉴환의 희생플라이로 간신히 1점을 얻었을 뿐이다. 1-6 패배. 휴스턴이 2경기서 기록한 안타수는 단 1개였다. 아이크 소동을 겪기 전까지 휴스턴은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밀워키 '홈경기' 전까지 치른 15경기에서 14승, 최근 6연승으로 급피치을 올리고 있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 다크호스로까지 떠올랐다. 그러나 '자기 집'을 떠나 타지에서 치른 2경기를 맥없이 내주면서 이제는 팀 전체의 슬럼프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원정 같은 홈 2연전을 치러야 했던 세실 쿠퍼 감독은 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화가 난다. 버드 실릭 커미셔너를 만난다면 '이해는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고 얘기해주고 싶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workhorse@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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