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국내흥행에 맺힌 '한' 풀까
OSEN 기자
발행 2008.09.17 08: 00

올 가을, 한국영화의 이단아로 불리는 김기덕 감독이 흥행 대박을 노리고 있다.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제작한 영화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서다. 소지섭 강지환 주연의 이 영화는 올 추석 연휴동안 3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불러모으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제작비 15억원 안팎의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를 보는 재미와 짜임새는 웬만한 블록버스터를 능가한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 최대 화제작 '추격자'와 곧잘 비교되는 이유다. '영화는 영화다'는 정확히 말해 김 감독의 영화가 아니다. 김 감독의 수제자인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러나 김기덕필름의 첫 상업영화 진출작인 이번 영화가 '김기덕'의 그림자 아래 놓여있음을 부인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 컸다. 마치 장진 감독이 쓴 '바르게 살자'의 경우처럼, 본인이 직접 연출하지않았음에도 대부분 영화팬들은 '바르게 살자'를 마치 장 감독의 영화로 간주했던 것과 비슷하다. '영화는 영화다' 흥행의 두 가지 의미 '영화는 영화다'의 흥행에는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첫째는 김 감독의 최대 흥행작인 '나쁜 남자' 80만명을 뛰어넘을 지 여부다. 김 감독은 조재현 주연의 '나쁜 남자' 이후, 여성을 너무 비하하고 잔혹하게 다룬다는 여론의 비난 속에 계속해서 흥행 내리막길을 걸었다. "내 영화를 20만명만 지켜봤으면 좋겠다. 한국에서는 더이상 영화개봉을 않겠다"고 극단적으로 한풀이 기자회견을 했던 배경이다. 둘째는 김 감독의 김기덕필름이 충무로 주류와 손잡게 될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다. '김 감독은 적은 예산으로 작업하는데 일가견을 갖고 있다. 충무로가 코스닥 시장 등에서의 '묻지마 투자'로 거품에 빠져있을 때조차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의 30%에도 못미치는 예산으로 작품을 찍었다. 지금 투자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충무로가 가장 필요로하는 게 바로 그의 노하우다. 김 감독은 국내외 스타들에게서 탄탄한 지지를 받는다는 잇점도 갖고 있다. 그의 영화에는 장동건 조재현 이승연 하정우 소지섭 이나영 오다기리 죠 등 숱한 스타들이 출연했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이 출연을 바라고 있다. 그만큼 배우들의 그를 향한 경외감이 강하다. 출연료도 헐값으로 응하는 게 보통이고 소지섭의 경우 아예 자신의 출연료를 영화에 재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덕에게 손 내밀어야할 충무로 주류 김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자신이 직접 연출한 최신작 '비몽'을 곧 내놓는다. 일본의 꽃미남 스타 오다기리 죠와 이나영의 캐스팅으로 올해 초, 크게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남 녀 공히 최고의 주연배우를 기용한 만큼 "이번에는 관객이 꽤 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었고, '영화는 영화다'의 성공으로 발판을 마련한 셈이 됐다. 기본적으로 오다기리 죠, 한 명만 해도 고정팬 수만 관객을 몰고 다니는 배우다. 여기에 '비몽'은 최근 제 56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국내 보다는 항상 외국에서 더 인정받는 김 감독의 진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지난 2006년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는 '한국관객 수준' 발언으로 돌출 행동을 한 후 국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가뜩이나 상업성과 거리가 멀었던 그의 영화들은 제작비 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었고 출연진 개런티를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로 버텼다. 예술영화나 작가주의 작품들은 한국 영화계에 설 자리가 없는 현실이다. 김 감독은 이 벽을 깨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현실의 장벽은 두터웠다. 배급사와 극장주들은 관객이 들 것같지 않은 영화에 스크린을 내주지 않는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돈을 버는 게 지상 과제인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관객을 떠나서는 살수없는 게 역시 영화다. 상업과 문화의 경계선에 위치한 것이다. 김 감독도 이같은 아이러니를 잘 알고 있다. 당시 논란 때 “‘시간’이 20만을 넘어준다면 내 생각(한국에서는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미련을 보인 것도 그래서다. 그런 김감독이 드디어 주류 사회로 진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게 요즘 한국 극장가다. mcgwire@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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