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투입 실패'와 두산 계투진의 약점
OSEN 기자
발행 2008.09.17 08: 06

위급한 순간 꺼내 든 '보도(寶刀)'가 적을 베지 못하면 적에게 빈 틈을 보이는 동시에 도리어 칼을 맞게 마련이다. 두산 베어스가 불펜진의 숨겨진 약점으로 인해 뼈아픈 역전패를 떠안았다. 두산은 16일 잠실 구장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서 2-1로 앞선 7회 최정(21)에게 좌월 역전 스리런을 허용하며 4-5로 역전패하는 동시에 3위(63승 48패, 16일 현재)로 내려 앉았다. 2-5로 뒤진 9회말 이대수(27)의 좌월 솔로포와 김동주(32)의 1타점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추격전을 벌인 것은 높이 살 만했으나 믿었던 계투진의 난조를 덮기에는 모자랐다. 두산은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선발 이혜천(29)이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최정에게 좌전 안타를 내주자 곧바로 이재우(28)를 투입했다. 이는 올시즌 롯데 자이언츠전서 1승 1패 방어율 2.84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이혜천의 다음 선발 등판을 위한 김경문 감독의 승부수였다. 또한 올시즌 최고 150km 이상의 빠른 직구와 제구가 되는 체인지업, 포크볼로 2년 간의 병역 공백을 무색케 하며 구원 11승을 거둔 이재우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올시즌 SK전서만 2승을 거뒀던 이재우는 높은 공을 연달아 던지며 1⅓이닝 1피안타(사사구 3개) 2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7회 2사 1,2루서 바통을 넘겨 받은 임태훈(20)의 모습 또한 김 감독의 기대에 어긋났다. 셋 포지션서 무릎이 높게 올라가는 바람에 정근우(26)-조동화(27)에게 이중 도루를 허용한 임태훈은 최정을 상대로 볼카운트 2-0이라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도 높게 몰린 직구(143km)를 던졌다가 2-4로 따라 잡히는 좌월 역전 스리런을 내주었다. 믿었던 승리 카드가 역전을 허용하자 김 감독은 최근 롱릴리프로 믿음직한 활약을 보여 준 김상현(28)까지 투입했다. 그러나 다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김상현 또한 정상호(26)에게 1타점 좌중간 2루타를 허용, 5점 째 쐐기점을 내주며 신인 박민석(19)과 교체되었다. 이재우와 임태훈 모두 높은 제구로 이혜천의 구위에 숨죽이던 SK 타선의 숨통을 틔웠다. 올림픽 휴식기 이전까지 마무리를 맡았던 정재훈(28)이 선발진에 합류, 마무리 투수가 없어 진 두산은 '믿을맨' 이재우-임태훈으로 경기를 끝내고자했으나 이는 실패로 끝났다. 마무리가 없었던 두산 계투진서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이재우가 일찍 등판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 들었을 것이다. 또 한 명의 계투 요원인 좌완 금민철(22)의 제구력이 믿음직스럽지 못했다는 점, 김상현의 투입 시기가 그동안 불안정했다는 것은 '승리 카드'의 조기 투입을 이끌었고 이는 최근 고공 비행 중인 롯데 자이언츠(65승 48패)에 2위 자리를 내주는 뼈아픈 역전패로 이어졌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이혜천이 잘 던졌는데 지켜주지 못해 아쉽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야겠다"라며 경기 소감을 밝혔다. 16일 경기서 미리 이재우-임태훈 카드를 사용한 두산 계투진에 새로운 카드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김 감독은 17일 선발 맷 랜들(31)에게까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 랜들의 올시즌 SK전 성적은 2승 1패 방어율 1.32로 특출나다. farinelli@osen.co.kr 이재우-임태훈.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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