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지상파 방송 3사의 월화-수목 드라마 구도가 하나 둘 베일을 벗고 모양을 갖추고 있다. SBS TV ‘타짜’가 16일 첫 방송됨에 따라 월화드라마 3편이 모두 선을 보였고 수목드라마는 내주 SBS TV ‘바람의 화원’이 가세하면서 새 구도가 완성된다.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주춤했던 드라마들이 ‘가을 대전’이라는 이름 아래 본격적으로 시청률 경쟁을 펼칠 태세다. 저마다의 경쟁력으로 안방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MBC TV ‘에덴의 동쪽’은 화려한 캐스팅과 뚜렷한 서사적 구조를, SBS TV ‘타짜’는 거친 듯 사람냄새 풍기는 도박의 세계를, KBS 2TV ‘바람의 나라’는 장대한 스케일과 선 굵은 캐릭터를, MBC TV ‘베토벤 바이러스’는 음악과 멜로의 결합이라는 신선한 시도를 무기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바람의 화원’이 아직 베일 속에 있기는 하지만 이 작품은 팩션 추리사극의 모양을 지향하고 있어 신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쏟아내는 이들 드라마들은 크게 고전극과 현대극으로 나뉜다. 그것도 매우 고전적이거나 매우 현대적이다. 단지 사극이라고 해서 고전적인 것은 아니다. 현대극의 형태를 띠지만 본질은 사극보다 더 고전적인 작품도 있다. ‘에덴의 동쪽’과 ‘바람의 나라’는 뚜렷한 서사적 구조를 갖고 있고 극을 움직이는 캐릭터들이 매우 정형화 되어 있다는 점에서 고전극의 범주에 담을 수 있다. 이들 작품들은 주변부에서 시작해서 시간을 두고 점차 주인공에게 초점을 맞춰간다는 공통적인 특징도 있다. 이 시기에는 주인공보다는 주변부 인물들, 특히 베테랑 연기자들에 의해 분위기가 많이 좌우된다. ‘바람의 나라’의 정진영이나 ‘에덴의 동쪽’의 조민기 같은 배우들이 그렇다. 이에 반해 ‘타짜’나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작품들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난무하고 스토리도 어디로 튈 지 종잡을 수가 없다. 캐릭터들이 극 안에서 활발하게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방향성을 함부로 점치다가는 큰 코 다친다. ‘바람의 화원’도 내용상으로는 이 현대극의 범주에 더 가깝다. 남장 여인이라는 설정 자체가 캐릭터의 전형성을 부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진다. 시청자층도 크게 고전극 선호층과 현대극 선호층으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에덴의 동쪽’과 ‘바람의 나라’에서 재미를 느끼는 시청자들과 ‘타짜’와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재미를 느끼는 층으로 대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바람의 화원’까지 가세하면 구도는 좀더 복잡해지겠지만 색깔은 의외로 분명할 수 있다. 월화-수목극을 이루는 작품들 전반에서 강한 남성성이 부각되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다. KBS 2TV에서 월화극으로 방송되고 있는 ‘연애결혼’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적 캐릭터가 극을 주도하고 있다. IMF 구제금융 시기와 맞먹는 경제상황이라는 사회적 배경도 재미있는 변수다. 생활이 팍팍해질 때 시청자들은 어떤 색깔의 드라마를 선호할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마지막에 웃는 자가 누가 될지 2008년 가을 ‘드라마 대전’의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