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롯데가 8년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지난 16일 밤. 덕아웃 안 식당에서 롯데 선수단은 샴페인 파티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외쳤다. “우리가 정말 대단한 일을 했다. 여러분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롯데의 역사적인 날이다”. 로이스터 감독의 말마따나 롯데의 2008년은 가을잔치 진출,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역사적이다. 특히 후반기 19경기에서는 경이로울 정도로 대단하다. 후반기 19경기에서 롯데는 팀 타율 3할4푼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득점은 무려 6.8점이다. 조성환은 4할3푼5리, 카림 가르시아는 4할1푼9리, 박기혁은 4할1푼1리를 쳤다. 후반기 4할대 타자가 무려 3명이다. 3할대 타자로 넓히면 이대호(0.368)를 비롯해 이인구(0.339)·김주찬(0.336)·손광민(0.328)까지 4명 더 있다. 후반기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이원석(0.483)과 이승화(0.308)도 빼놓을 수 없다. 2할7푼5리의 강민호가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다. 더욱 놀라운 건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이다. 롯데의 후반기 득점권 타율은 무려 3할5푼7리에 달한다. 득점권만 되면 타자들은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었다. 후반기 17승 중 무려 12승이 역전승이라는 사실은 롯데라는 팀이 성적을 떠나 얼마나 끈끈해졌는지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게다가 17승 가운데 9승이 3점차 이내 접전에서 따낸 것이었는데 그 중에는 2승이 2점차 승리였으며 4승이 1점차 승부 승리였다. 초전박살 야구뿐만 아니라 접전에서도 강한 팀이 된 것이다. 여기에는 마운드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후반기 롯데의 팀 방어율은 3.18인데 리그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불펜이다. 불펜 방어율이 3.38로 전체 후반기 4위이지만 지난 16일 경기기록을 제외하면 2.98로 전체 3위다. 전반기에는 불펜 방어율이 3.66으로 평균이었지만 블론세이브가 무려 9개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블론세이브가 단 1개뿐이다. 멕시코 출신 마무리투수 데이비드 코르테스가 9경기에서 2승6세이브 방어율 제로로 완벽하게 막아준 덕분이다. 사실 지난해 롯데 사령탑으로 취임한 뒤 비디오를 통해 선수들을 봤을 때만 하더라도 로이스터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신하지 못했다. “그때에는 포스트시즌에 오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다만, 몇몇 좋은 선수들과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선수들의 재능을 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로이스터 감독의 말. 지난해와 비교하면, 롯데는 크게 세 가지가 달라졌다. 선발이 탄탄해지고 출루율이 상승했으며 도루가 두 배로 증가했다. 감독의 의지가 충분히 반영된 결과였다. 지난해 롯데 선발투수들을 5회 이전 강판이 44차례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올 시즌에는 단 16차례로 가장 적다. 지난해에도 퀄리티 스타트가 세 번째로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로이스터 감독의 선발에 대한 진한 믿음이 주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지난해 팀 출루율은 3할4푼으로 전체 6위였으나 올해는 3할6푼2리로 전체 2위다. 로이스터 감독은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하되 상황에 맞는 타격을 주문했다. 지난해 67개로 6위였던 도루는 125개로 3위. 로이스터 감독은 뛰는 야구를 강조한다. 대신 희생번트는 100개에서 58개로 대폭 줄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우리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1월부터 선수단 모두가 한로 똘똘 뭉친 결과다. 일본 전지훈련 때부터 한가족이라고 생각하고 프런트, 코칭스태프, 선수단 모두가 열심히 한 것이 드디어 이뤄졌다”며 “포스트시즌에서도 우리가 어디까지 가는지 한 번 해보자”고 말했다. 오히려 로이스터 감독은 가을잔치 진출을 확정할 경우 사직구장에서 부르기로 약속한 ‘부산 갈매기’ 열창이 걱정이다. “나는 노래를 잘 못한다”는 것이 로이스터 감독의 말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3만명 규모의 든든한 사직구장 초대형 코러스가 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