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받으며 자란 신데렐라는 과연 왕자를 만나서 행복했을까. SBS 주말극 ‘유리의 성’은 위의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되는 드라마다. 제작진은 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만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의 스토리를 담을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드라마에서 신데렐라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한 아나운서로, 왕자는 재벌로 환생한다. 둘은 결국 결혼하지만 그 이후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불행의 연속이었고, 신데렐라는 이혼 후에야 진실한 사랑과 행복에 눈을 뜨게 된다는 게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거리다. 신데렐라 스토리는 뻔해도 성공한다는 반증 때문인가. 지난 6일 첫 방송된 ‘유리의 성’은 방송 이틀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과연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여전히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동화 속 신데렐라에게는 쉬운 사랑 이야기는 현대로 넘어오면 달라진다. 드라마는 바로 이런 현대인들의 판타지와 욕망을 자극한다. 이는 아나운서라는 계급 상승의 대표적인 수단과 맞물리면서 그 힘을 더한다. 하지만 드라마가 과연 얼마나 본래 기획답게 행복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여주인공이 신데렐라가 되는 과정이 아닌 그 이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긴 하지만, ‘유리의 성’이 이제까지 보여준 흐름은 지금껏 신데렐라 공식을 다뤄왔던 여타 고전적인 방식과 다르지 않다. 드라마는 여전히 이전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거칠 태세고, 결혼 이후 갈등으로 치달을 때쯤 이 신데렐라 극은 고부갈등극으로 변화되는 한계점도 예상된다. 50부작인 드라마의 초반부에서 드라마의 앞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지 않는 신데렐라 공식이 이어지고 캐릭터에 현실성이 없다면 시청률과는 별개로 드라마의 설득력과 창의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yu@osen.co.kr '유리의 성' 제작발표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