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들-레이번, '에이스'로 다시 돌아오다
OSEN 기자
발행 2008.09.18 11: 23

비록 승리를 따내는 데는 실패했으나 '외국인 에이스'들의 호투가 빛난 경기였다. 두산 베어스의 4년차 외국인 우완 맷 랜들(31)과 SK 와이번스의 케니 레이번(33)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호투를 펼치며 잠실 구장서 투수전을 펼쳤다. 2008시즌 들어 직구 구위가 떨어졌다는 평을 받았던 랜들은 17일 잠실 SK전에 선발로 등판, 8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제 몫을 다했다. 8회까지 115개의 공을 던진 랜들은 최고 144km에 달한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구사하며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승패 추가 없이 7승 9패(17일 현재)를 기록 중인 랜들은 이날 호투로 방어율을 4.54로 다소 낮췄다. 경기 전 김경문 두산 감독은 랜들에 대한 질문에 "직구 스피드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월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이후 점점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랜들이었다. 그러나 17일 경기는 달랐다. 경기를 앞두고 만난 불펜 포수 김대진씨는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구위는 큰 문제가 없다. 후반기 재개 후 실전 감각이 떨어져 커브, 체인지업 등의 구사력이 아쉽기는 했지만 큰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랜들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고 이는 호투로 이어졌다. '해외파 쌍두마차' 김선우(31)-이승학(29)이 후반기 선발진서 분투 중인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 선수 랜들까지 위력을 되찾는다면 두산은 '2위 탈환'을 향해 불을 지필 수 있다. 지난 시즌 17승을 수확하며 SK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레이번은 올시즌 24경기서 4승 3패 방어율 3.39를 기록 중이다. 그동안 타선 지원을 못 받았다는 데도 이유가 있었으나 지난 16일까지 게임 당 평균 5이닝(23경기 116이닝)을 겨우 넘기며 선발 투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17일 두산전 선발로 출격한 레이번에 대해 "타선 지원을 못 받은 것도 있지만 선수 본인이 확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경기를 지켜 볼 예정"이라며 기회를 한 번 더 부여했다. 기회를 잡은 레이번은 최고 150km에 달하는 직구를 앞세워 6이닝 동안 4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뒤 마운드를 정우람(23)에게 넘겼다. 비록 8회 네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승호(27)가 두산의 3번 타자 김현수(20)에게 우월 역전 투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시즌 5승을 거두는 데는 실패했으나 레이번이 제 구위를 찾았다는 점은 SK에 크나큰 호재가 되었다. 좌완 에이스로 우뚝 선 김광현(20)과 묵직한 구위를 자랑하는 채병룡(26)에 레이번이 믿음직한 '선발 1-2-3 펀치'를 구축한다면 한국 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서 최고의 카드가 될 예정이다. 웨스 오버뮬러, 톰 션(이상 전 삼성), 호세 리마(전 KIA), 저스틴 레이어(전 두산) 등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들의 잇단 퇴출로 인해 외국인 선발 불신 풍조가 만연했던 2008시즌 랜들과 레이번은 위력을 되찾으며 크리스 옥스프링(LG)과 함께 외국인 선발 투수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다시 돌아온 '파란 눈의 에이스'들이 남은 시즌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랜들-레이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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