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유망주가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국내 프로야구계는 물론 메이저리그서도 눈독을 들이던 대형 포수 유망주 정상호(26. SK 와이번스)가 공,수 양면서 제 역할을 해내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정상호는 1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 7회 역전 결승타를 포함해 5타수 4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8-4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프로 8년차 포수 정상호가 1경기서 4안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전 포수 박경완(36)이 손등 골절로 인해 결장 중인 현재 정상호는 '잇몸' 역할을 확실하게 해내는 동시에 장점인 타격까지 폭발시켰다. 김성근 SK 감독 또한 주전 포수로 팀의 9월 상승세(12승 3패, 18일 현재)를 이끌고 있는 정상호에 대해 "점점 게임에 녹아들고 있다"라는 말로 정상호의 발전상을 칭찬했다.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김 감독의 안목에도 '만년 유망주' 정상호의 기량 발전은 고무적인 일과 같다. 2000년 캐나다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우승 주역이기도 한 정상호는 동산고 시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입단 제의를 받기도 했던 대형 유망주다. SK 야수 역대 최고액인 계약금 4억 5000만원을 받으며 2001년 SK의 첫 1차 지명 신인(2000년 군산상고 이승호는 쌍방울 지명권)으로 입단한 정상호는 그동안 타격 면에서는 인정을 받았으나 스트라이크 존 세분 능력, 위기 관리 능력에서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았다. 2년 간의 군복무 기간을 포함, '거성' 박경완의 그늘 속에서 8년 간을 지내 온 정상호는 안방 마님의 부상 공백을 훌륭하게 메워 내며 그동안 숨겨 왔던 잠재력을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정상호는 지난 3월 29일 LG와의 개막전서 연장 11회 끝내기 결승포를 비롯해 LG전서 3개의 결승 타점을 기록하며 새로운 '쌍둥이 킬러'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땀이 송글송글 맺힌 얼굴과 흙투성이 유니폼으로 덕아웃에 들어 선 정상호는 경기 후 "그동안 1군에서 1경기 3안타는 쳐 봤는데 4안타를 기록하기는 처음이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9월 들어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는 데 대해 묻자 그는 시종일관 겸손하게 답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나 혼자만이 잘했다기보다 팀 내 선후배들이 다독거려 주면서 많이 도움을 주고 힘을 북돋워준다"라며 선수단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선두 SK는 '강한 잇몸' 정상호의 대두로 인해 다가 올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되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