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워킹’없고 ‘맘’만 남은 이 시대 여성상
OSEN 기자
발행 2008.09.19 07: 41

결국 ‘워킹맘’은 현 시대에서는 통용되기 어려운 단어였을까. 일하는 여성들의 육아문제를 다루겠다던 SBS 수목드라마 ‘워킹맘’(김현희 극본, 오종록 연출)이 결국 ‘워킹’은 빠진 채 ‘맘’으로만 끝을 맺었다. 제작진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기가 올림픽과 맞물림으로 그 기간만이라도 여성들에게 채널 선택권을 주자는 의도로 드라마를 제작했고, 일하고 싶은 주부들의 이야기를 굉장히 사실적이고 재밌게 그려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8일 방송된 ‘워킹맘’ 최종회에서는 패션쇼를 무사히 마무리한 가영(염정아 분)이 미국에서 일할 기회를 주어졌음에도 사표를 제출, 결국 가정을 선택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드라마 초반부터 사고만 치며 끊임없이 가영의 발목을 잡아 온 불량남편 재성(봉태규 분)은 드라마 후반부에서 개과천선, 가영의 자아실현을 위해 떠나 보내주려 하지만 정작 가영 자신은 아이들과 남편 재성이 눈에 밟혀 일과 가정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하고 만 것. 현 시대 ‘워킹맘’의 위치를 그대로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초반부 ‘워킹맘’은 직장 여성들의 육아 문제에 대한 사회 문제의식을 이끌어내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이었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퇴사가 불가피했던 가영이 다시 성공하기까지의 갈등요소가 되는 육아 문제를 비교적 잘 그려냈다. 하지만 결말에서 가영의 선택은 ‘가정의 화합’이란 결말을 위한 억지 설정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또한 그 동안 아무런 애정구도가 없던 정원(류태준 분)과 고은지(차예련 분)가 우연찮게 하룻밤을 지내며 갑작스레 연인이 됐다는 점도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워킹맘’이 갈수록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 속에서 ‘워킹맘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참신한 결말을 원했는데 아쉽다’ ‘여전히 엄마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부부와 가족관계를 지켜야 한다는 식의 결말을 많이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현실을 넘어서 드라마에서만큼은 ‘워킹맘’에 대한 편견이 걷혔으면 하는 바람은 무리였을까. 드라마는 ‘워킹맘’의 현실을 그저 유쾌하게 보여주는 데에만 그쳐 씁쓸함을 남겼다. yu@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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