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화 형 방망이 얘기는 꼭 써주세요". '은근거포' 박재상(26)의 보조개가 제대로 파였다. 최근까지 이어진 부진 때문에 동료들과 떨던 수다도 줄인 채 무덤덤하게 앉아 있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표정이었다. 박재상은 지난 18일 잠실 LG전에 선발 좌익수 겸 톱타자로 출장, 6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모처럼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 5월 17일 문학 한화전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한 경기 4안타다. 박재상의 트레이드 마크는 활짝 웃을 때마다 깊게 파이는 보조개다. 그러나 지난 6월 중순부터 조금씩 옅어지던 보조개는 올림픽 휴식기가 끝난 후 들어선 후반기에는 희미해져 버렸다. 이날 그 웃음을 되찾은 것이다. 박재상은 "복귀 후 한동안 부진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감독님께서 꾸준하게 믿고 내보내 주셨다"며 환하게 웃으며 우선 김성근 감독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그리고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시고 걱정하고 조언해주신 덕분이다. 특히 부모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오늘부터는 걱정을 안하셨으면 좋겠다"면서 "타격감을 조금씩 찾아가는 느낌"이라고 타격감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3할대에서 계속 추락하던 타율은 다시 반등, 2할8푼6리가 됐다. 특히 이날 박재상의 부활을 가속화시킨 도우미는 조동화였다. 최근 박재상의 예전같지 않은 표정을 옆에서 지켜봐왔던 조동화는 이날 자신의 방망이 한자루를 박재상에게 선뜻 건넸다. 기분전환 겸 심리적인 부담을 덜어보라는 뜻이었다. 같은 외야 경쟁자에 앞서 동료이자 선배로서의 따뜻한 배려였다. 이런 조동화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박재상은 조동화의 방망이를 유난히 강조했다. 박재상은 지난 6월 21일 목 근육통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3할대(.312)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신뢰할 수 있는 '김성근의 아이들' 중 핵심이었다. 주로 2번타자로 나와 중심타선에 훌륭한 밥상을 선사하는 테이블세터의 면모를 보여줬다. 지난 7월 1일 잠실 LG전에 앞서 1군 엔트리에 올랐지만 다시 통증을 느낀 박재상은 4일 후 엔트리에서 빠졌다. 7월 17일 다시 1군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다음날 곧바로 재활군으로 가야 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서면 묵직함 때문에 스윙이나 송구가 힘들었다. 박재상은 지난 2일 문학 히어로즈전을 통해 복귀했다. 그리고 대주자로 조금씩 경기감각을 키웠고 5일 잠실 LG전부터 타석에 들어섰다.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멀티히트로 지난 6월 15일 이후 첫 안타를 날렸다. 9일 광주 KIA전에서도 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침묵. 이에 박재상은 "아프진 않았다. 단지 완전한 풀스윙을 했다 다시 아플까봐 솔직히 겁이 났다. 지난 7월에도 올림픽 휴식기 때 쉬면 된다는 생각에 서둘러 복귀했고 다시 풀스윙을 했다 재발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박재상은 이제 "무조건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다고 편하게 마음 먹기로 했다"며 "그렇지만 몸은 이제 완전히 완쾌됐다. 수비 감각도 찾았다"고 밝게 웃었다. 무엇보다 박재상은 이날 5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날렸다. 지난 6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날린 장타다. '은근거포(은근히 거포)'라는 이미지를 확인시켜주는 반가운 타구였다. 박재상은 남은 경기와 한국시리즈를 통해 그동안의 빠진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한 자신의 활약을 유감없이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