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신에게 팀이 15억 원을 투자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 쾌투였다. 김선우(31. 두산 베어스)가 치열한 '2위 전쟁'의 서전서 선발승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팀의 기대에 확실하게 보답했다. 김선우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서 6⅓이닝 동안 5피안타 1실점 쾌투를 선보이며 후반기 재개 후 5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선우의 후반기 성적은 5경기 3승 무패 방어율 2.06으로 탁월하다. 특히 김선우는 이날 경기서 탁월한 경기 운영능력을 보여주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5회말 1사 2,3루 실점 위기를 맞았던 김선우는 후속 타자 이승화(26)와 김주찬(27)을 각각 유격수 땅볼, 삼진으로 제압하며 선제 실점 위기를 넘겼다. 3루 주자의 발을 묶어 둔 유격수 이대수(27)의 수비가 가장 큰 역할을 했으나 교묘한 투구로 롯데 타자들을 제압한 김선우의 위기 관리 능력 또한 탁월했다. 이날 최고 151km의 직구를 구사한 김선우는 140km대 투심과 컷 패스트볼을 배합, 적극적인 피칭을 펼치며 롯데 타자들의 배트 중심을 빗나가는 공을 자주 구사했다. 지난 7월 30일 잠실 롯데전서 4⅔이닝 11피안타 6실점하며 난타 당한 김선우였음을 감안하면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으로 맞은 휴식기서 김선우는 윤석환 투수코치의 집중 지도 속에 투구시 축이 되는 오른 다리를 확실하게 고정시키는 데에 열중했다. 중심축을 확실하게 잡은 뒤 하체 밸런스를 안정시켜 본연의 묵직한 구위를 살리기 위한 윤 코치의 집중 지도는 후반기서 빛을 발하고 있다. 윤 코치는 김선우의 전반기에 대해 "오른쪽 무릎이 구부러지는 동시에 오른발이 땅에서 떨어지며 힘이 실리지 못했다. 투구 밸런스가 이미 무너진 상태에서 릴리스 포인트만 앞으로 끌어 당겼으니 상대 타자들을 공략하기 힘들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상,하체가 따로 노는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는 이야기다. 반면 그의 후반기는 '에이스'의 모습 그 자체다. 김선우는 19일 경기서 6⅓이닝 동안 총 88개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스트라이크 58개에 볼 30개로 2-1에 거의 근접한 비율을 보여주었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는 공과 존 바깥으로 향하는 공의 궤적 차이도 크지 않아 롯데 타자들을 제압하는 데 무리가 없는 투구였다. 볼 30개 중에서는 140km대 초반을 기록하며 아래로 크게 떨어진 유인구 성 역회전볼도 제법 섞여 있었다. 마치 지난 시즌 다니엘 리오스를 연상케 하는 역회전볼이었으나 떨어지는 폭은 리오스의 그것에 비해 더욱 컸다. 김선우의 역회전볼은 오른손 타자들의 무릎 선을 파고들며 날카롭게 떨어졌다. 비록 김선우는 경기 후반 계투진이 역전을 허용하는 바람에 시즌 7승째를 따내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살아 난 김선우의 모습은 두산 코칭스태프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은 두산에게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단기전서 위력을 떨칠 수 있는 '선발진의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후반기 들어 팀의 기대에 부응하며 국내 무대 적응을 마친 김선우. 상승 일로를 달리던 롯데 타선을 상대로 맹위를 떨친 김선우가 포스트시즌서도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지 팬들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