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부산 팬들에게 많이 미안했는데 후배들이 잘 해주니 고맙다. 우리들의 죗값을 후배들이 치러준 기분이다. '가을에도 야구하자'는 롯데 팬들의 바람이 이뤄졌지만 난 2군에 머무르며 아무 것도 한 것 없다. 택시를 타도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지난 19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박정태 2군 타격 코치는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지난 1992년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박 코치는 현역 시절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남다른 투지로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롯데 팬들의 뇌리 속에 박 코치는 근성의 대명사. 선수 생명을 위협 받을 만큼 큰 부상 속에서도 2년간의 재활을 통해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조용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하나로 만드는 능력과 실력은 물론 성실한 훈련 태도는 많은 야구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박 코치는 자신감을 롯데의 선전 비결로 손꼽았다. 그는 "선수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이 조용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선수들이 야구장에 왔을때 타인에 의해 끌려 가는 경향이 있었으나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강조한 덕분에 스스로 생각을 깨우쳤다. 처음부터 끝까지 선수들을 배려하는 모습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박 코치는 메이저리그의 자율야구에 대해 "선수들을 풀어주는 것 같아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거나 찬스에서 맥없이 물러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며 "해외 연수에 멕시코 감독님이 계셨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선수, 프런트, 팬들 모두 좋아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예를 들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감독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겠지만 선수들이 감독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페넌트레이스라는 대장정을 소화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선수들에게 절대 스트레스를 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4강 진출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기자의 물음에 박 코치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다소 더뎠다. 로이스터 감독님이 부임한 뒤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 급성장했다. 쉽게 말하자면 선수들의 무한한 잠재 능력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선수들도 제 능력을 발휘하는 한해"라고 평가했다. '즐기면 된다'는 것이 박 코치의 생각. 그는 "야구가 잘 될때도 있고 안 될때도 있다. 자기가 흥미있으면 능률이 오르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TV 중계를 통해 후배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코치는 "선수들에게 부족한 부분에 대해 말할때 '너는 이 부분만 고치면 정말 좋은 선수'라는 식으로 칭찬해줘야 한고 때로는 코치와 선수가 아닌 형제처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수많은 롯데 팬들은 2군 출신 선수들의 근성 넘치는 플레이에 대해 박 코치의 지도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박 코치는 "선수들이 그렇게 근성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해준게 없다"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타석에 들어서거나 유니폼을 입을땐 '2등은 없다'고 생각한다. 타석에 들어서면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이 해야 한다. 강압적으로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삼진 당한 뒤 2군에 내려가더라도 자신감을 갖고 대결해야 한다. 2군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다시 1군에 올라가면 되지 않냐". 박 코치는 선수들의 무기력한 모습은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선수들이 맥없는 플레이를 펼치면 가만히 두지 않는다. 결과를 떠나 자신감을 갖고 후회없이 싸워야 한다. 마음이 여린 선수들은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한다. 때로는 혼내더라도 다독여주고. 그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잘 해주니 고맙다".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느낀 점이 있다. 얼굴은 환히 미소짓고 있지만 눈빛은 강렬함을 잃지 않았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그를 두고 하는 표현이 아닐까. 현역 시절 근성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모았던 박정태. 이제는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팬들의 가슴 속에 '박정태'라는 이름 석 자는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what@osen.co.kr
